혼자 간 제주도 여행기 3탄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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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기 3탄, 시작합니다.
제주빵집에서 고양이와 만든 즐겁고 소중한 추억을 마음에 간직한 채 다시 더 내륙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저 멀리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름들은 맑고 화창한 날씨와 어우러져서 눈을 즐겁게 만들어줬습니다.
목적지 없이 마냥 한라산 방향으로만 가던 중 내비게이션에는 특이한 지명이 하나 보이더군요. 바로 '천아계곡'이었죠. 제주도를 정말 많이 다녀봤지만 처음 접하는 지명이었습니다. 어떤 곳인지 몰랐는데 일단 한 번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놀랍게도 천아계곡은 그쪽으로 들어가는 초입부터 경찰이 통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더 안쪽에 있는 임시주차장까지도 만차일 정도로 차와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었죠. 거기서부터 걸어갔다가는 체력이 남지를 않을 듯해서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경찰 쪽으로 가서 수신호로 조심스레 물어봅니다.
"오토바이도 안으로 못 들어가나요?"
경찰분께서 손짓으로 '훠이훠이' 하듯 답해주시더군요.
"오토바이는 괜찮음"
기대도 안 했는데 요즘 아이들이 쓰는 시쳇말로 완전 '개꿀'입니다. 냉큼 안으로 스쿠터를 타고 내달렸죠.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걸어가는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이를 유유히 스쿠터로 혼자서 지나가는 기분은 묘했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으쓱하기도 했죠. 5분 정도를 타고 들어가니 임시주차장이 보입니다. 왜 통제를 했는지 알겠더군요. 여기도 차가 가득 차 있습니다. 여기에도 차량 진입금지 표지판도 세워져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합니다. 스쿠터를 세워놓은 뒤 걷기 시작했죠.
시간이 오후 2시 반쯤이었는데 나무가 울창한 곳을 지나고 있어서 그런지 벌써 해가 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삼림욕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상쾌하더군요. 평지를 지나 내리막이 나오고 먼발치에 계곡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기대가 컸죠. 물은 싫어하지만 계곡이나 폭포는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도착했을 때 저는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천아계곡은 건천(乾川), 일명 마른 계곡이었던 것이었던것이었습니다.
보고 싶었던 물은 눈을 씻어봐도 찾을 수 없고 바위 사이로 사람들만 득실득실한 계곡이더군요.
그런데 실망도 잠시였습니다. 바위 위로 보이는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을 보며 가을의 천아계곡에서 얻을 수 있는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물이 없다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더군요. 그렇게 생각을 바꾸자 천아계곡은 실망이 아닌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는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인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일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소소한 여담이지만 거기에 제가 얼마나 셀카를 못 찍는지도 깨달을 수 있었죠. 스쿠터를 타느라 계속 헬멧을 썼더니 머리가 계속 눌리고 안 그래도 별로인데 더 별로였습니다.
천아계곡에서의 롤러코스터 같은 여운을 뒤로 한 채 다음에 찾아간 곳은 바로 천왕사였습니다. 예전에 관음사에 가본 적이 있었는데 천왕사는 또 다른 느낌이더군요. 사찰 입구에 서있는 커다란 불상을 보며 정교한 조각에 놀랐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꽤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셨더군요. 제주도는 바다도 좋지만 내륙에도 즐길거리가 많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특히 막대기처럼 꽂힌 형태로 우뚝 서있는 바위도 있었는데 정말 신기했습니다.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 있을까 싶어서 찾아봤더니 '용바위'라고 부르고 있더군요. 진짜 그렇게 생겼습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높은 석탑과 함께 대웅전이 눈에 들어옵니다. 단풍과 햇살이 함께 어우러지니 참 눈이 즐거웠습니다. 특히 단청은 관리가 잘 되었는지 정말 깔끔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사찰에 가면 꼭 찾아보는 풍경도 보여서 좋았습니다.
이곳은 가을 그 자체였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넓은 사찰에 관광객도 많았는데 스님이 다 어디 가셨는지 한 분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의외의 경험이었죠.
그리고 구경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반가운 곳도 하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화장실이었죠. 언제나 그렇듯 제주도에서 여행할 때는 화장실만큼 중요한 곳도 없으니까요. 천아계곡에서도 느꼈지만 가을에 왜 사람들이 산을 찾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4탄으로 이어집니다
가제 : 공항 근처에서 얻은 삶의 지혜, 게스트하우스 삶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