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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 제주 게스트 하우스, 삼다수 아닌 삶다수

혼자 간 제주도 여행기 5탄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벌써 혼자서 제주도 여행기 5탄입니다.

https://brunch.co.kr/@wonjue/1765



혼자서 스쿠터 투어를 마친 뒤 숙소로 향했습니다. 다음날 서울에서 새벽 6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오는 일행들과 아침에 합류하는 시간은 8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주공항 근처로 숙소를 잡을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혼자서 힘들게 제주도를 돌았기에 게스트하우스 중에서도 1인실이 있는 곳에 머물렀으면 했습니다. 다른 사람과는 이제 자기 힘든 나이가 되기도 했고 여행지다 보니 하루라도 잠은 편하게 자는 편이 좋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한 군데를 낙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삶다수라는 게스트하우스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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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는 10분 정도 거리밖에 되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숙박비는 1박에 6만 원으로 게스트하우스 치고는 가격이 높아 보이지만 1인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금액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침에 체크아웃하면서 방을 찍어봤는데 제법 넓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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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남자들의 숙소 세 개가 있고 2층은 여자분들이 쓰는 방이 있어서 남자 출입금지입니다. 거실에는 영화도 볼 수 있게 되어 있고 LP 판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트리도 있어서 이미 이곳은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는 곳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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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기는 하지만 따로 방명록을 작성할 수 있도록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미 작성되어 보관된 방명록도 제법 많습니다. 특이하게 이곳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서 사진첩에 보관하는 나름의 전통도 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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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반부터 도착한 사람들을 시작으로 사장님 주관하에 8인용 테이블에 앉아서 티타임 + 저녁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차를 마신 뒤에 저녁은 각자의 취향을 반영해서 배달을 시켜서 먹기로 했죠. 메뉴는 육회와 만두였는데 육회가 진짜 맛있었습니다. 저는 아무거나 먹겠다고 했는데 육회로 정해져서 좋았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소개를 하고 이야기를 해나가는데 이곳은 뭐 소개팅을 하고 그런 곳은 아닙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저는 소개를 할 때 나이와 기혼임을 무조건 밝히고 있고요.


기혼인데도 왜 그런 데를 가느냐고 하신다면 저보다 어린 분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꽤 괜찮은 곳이라서 그렇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제 나이 또래 사람들만 만나게 되면 사고방식은 결국 그쪽에 맞춰질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런 특별한 공간은 글을 쓰기 위한 영감(靈感)을 키워주는 데 더할 나위 없는 도움을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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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서울에서 따로 본인의 일을 하시면서 여기를 왔다 갔다 하시는 요새 표현으로 '갓생'을 살고 계신 분이었는데 차분하게 이야기를 잘 이끌어주셨습니다. 원래 이런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첫 번째 주제는 바로 "오늘 뭐 했어?"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는 "언제 왔고 언제가? 내일은 어디서 자?"이고요.


혼자서 제주를 여행하는 분들의 면면은 어떤지 늘 궁금했는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주 혼자 여행의 노하우를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까지 끝나면 개인 신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로 나누는데 그날따라 직업들이 다들 대단하시더군요. 데이터센터, 은행, 법정직 공무원, 스타트업 임원, 서울 대형병원 직원 등 다양한 직업군이어서 해당 직업에 대한 궁금증을 채우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기서 만난 한 남자분께서 만난 기념으로 자신의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꽤 느낌 있게 잘 나왔습니다. 훤칠하고 연예인급의 외모를 가진 분이셨는데 아직 좋은 인연을 못 만나셨다고 하니 조금 안타까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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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잘 나누고 나서 잠자리에 든 뒤 저는 8시에 일어나서 조용히 숙소를 나섰습니다. 본대와 합류하기 위해서였죠. 밤에는 날씨가 추워서 밖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야외 테라스도 멋지게 되어 있더군요. 기회가 되면 좀 더 따뜻한 시기에 다시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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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룻밤을 함께 했던 분들에게 하나하나 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방명록을 작성했죠. 만년필로 한땀한땀 이탈리아 장인처럼 열심히 썼습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제주 게스트하우스 '삶다수'에서 보낸 짧았던 15시간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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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지금까지의 삶에 대해서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 삶다수, 꽤 괜찮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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