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없이 변화는 없다.
고 3 딸이 갑자기 힘들다고 연락을 했다.
수능 13일 전
힘들만하다.
힘들만하다.
일하던 손을 멈추고
학교로 아이를 데리러 간다.
안고 싶다.
안기고 싶다.
날씨가 쌀쌀해졌다.
그 따뜻함이 그리운 계절이 왔다.
덥다고 딸이 내게 달라붙는 게 귀찮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 손을 잡고 싶다.
아이의 손은 어느새 자라
내 손보다 길어졌고,
그 손을 잡는 순간
나는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흘렀는지를 실감한다.
지금, 아이는 내 옆에서 쌕쌕거리며 자고 있다.
그 숨소리가 고요한 방 안을 채운다.
나는 그 숨소리에 나의 숨소리를 맞춰본다.
마치 그 아이의 리듬에 나를 동기화시키듯,
조용히,
천천히,
함께 숨을 쉰다.
그 순간,
나는 그날을 떠올린다.
작고 여린 숨소리 하나에도
세상이 멈춘 듯 귀를 기울였던 그 밤.
그때의 나는
이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막막한 책임감과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랑 사이에서
조용히 울었던 것 같다.
비록 이 아이가
오늘은
힘들다고 엄마의 품을 차고 들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아이가 나를 지켜주는 것만 같다.
그 손길이
그 숨소리가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한다.
아이의 숨소리에 나의 숨소리를 맞추는 이 밤,
나는 생각한다.
사랑은 거창한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이렇게 조용히,
함께 숨 쉬는 순간에 깃들어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이 아이가 자라
어느 날 나를 떠나더라도
이 숨소리의 기억만은
내 안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