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자.”
가까웠던 친구의 짧은 말은,
마치 문이 닫히는 소리처럼 마음에 울렸다.
나는 그것을 단절이라고 받아들였다.
관계의 끝,
감정의 종결,
더는 이어질 수 없는 선.
그렇게 나는 그 순간을 ‘끝’이라 정의했다.
하지만 살아보면 안다.
끝이라고 믿었던 인연이 어느 날 불쑥 다가오기도 하고,
늘 곁에 있을 거라 믿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도 한다.
인연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고,
예측이 아니라 흐름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토록 빨라진 세상 속에서 조율하지 않고 단절을 선택할까?
혹시 그 관계가,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조율할 가치조차 없다고 느낄 만큼 작아진 걸까?
아니면 조율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속도에 우리가 지쳐버린 걸까?
단절은 명확하다.
정리된 듯 보이고, 감정을 덜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진짜 관계는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감정은 남고, 기억은 머물며, 마음은 여전히 그 사람을 향해 움직인다.
그래서 필요한 건 단절이 아니라 조율이다.
조율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일이다.
조율은 침묵 속에서도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다.
조율은 다시 맞춰보려는 용기다.
관계는 악기와 같다.
처음엔 어긋나고, 삐걱거리고, 불협화음을 낸다.
하지만 서로의 소리를 듣고, 맞추고, 기다리면 언젠가 아름다운 화음이 된다.
그 화음은 단절이 아닌 조율의 결과다.
지금 필요한 건, 단절이 아니라 조율이다.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아직 울릴 수 있는 소리가 있다면,
우리는 다시 맞춰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