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 화이팅
내일은 아이의 수능 날이다.
내 품에서 안 자겠다고 꽁알거리던 두 살의 아기가
어느새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문제집을 넘기는 큰 아이가 되었다.
감정과 몸이 따로 움직인다고 털어놓던 날도 있었고,
너무도 논리적인 말로 나를 설득하던 순간도 있었다.
풍선처럼 몸이 자라날수록,
그만큼 생각도 깊어지고 단단해졌다.
그런 아이가 오늘따라 유난히 작고 멀게 느껴진다.
그 작은 어깨 위에 얹힌 긴장과 기대,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무게.
나는 그 무게를 덜어주고 싶지만,
결국 시간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안다.
시간은 그렇게, 모든 것을 조금씩 흐리게 만든다.
오늘의 긴장감도, 내일의 해방감도
조금씩 옅어지고,
결국엔 기억의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언젠가 나도 그랬다.
누군가를 좋아했고,
또 누군가와 멀어졌고,
긴장했고,
실망했고,
행복했고,
즐거웠다.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던 날도 있었고,
세상을 다 얻은 듯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건도,
그 사람의 이름조차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때는 분명히 울었고,
웃었고,
떨렸고,
설렜는데
지금은 그 감정의 온도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아니
기억은 남아 있지만, 감정은 사라졌다.
그게 ‘잊힌다’는 것의 진짜 의미일지도 모른다.
아이도 언젠가는 오늘을 흐릿하게 기억하겠지.
수능 전날의 긴장,
엄마의 말 없는 응원,
시험지를 마주한 순간의 떨림까지도
시간이 지나면
“그랬던 것 같아”
라는 말로 정리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흐릿한 기억 속에도
분명히 남는 것이 있고
살다 보면
그 흐릿한 기억이
어떻게든 너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걸
그날의 공기,
마음속의 다짐,
그리고 함께했던 사람들.
그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
오늘의 아이도 그렇게
조금씩 단단해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하지만 잊힌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건 단지,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히 내려앉아
우리를 조금 더 어른스럽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