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홍실(붉은 실)

by 에메
중국 고전 태평광기에는 붉은 홍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월하노인(月下老人)이 혼인할 남녀의 발가락에 보이지 않는 실을 매어 준다는 전설이다. 그 실은 끊어지지 않고 반드시 이어져, 설령 멀리 떨어져 있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 다시 만나게 된다는 믿음을 품고 있다.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마음은 늘 떨림과 설렘 사이에서 흔들린다.

내가 준비가 된 걸까.

상대는 어떤 마음일까.

이 만남은 오래 이어질 수 있을까.

머릿속에는 수많은 질문이 오가고,

가슴은 기대와 두려움 사이에서 파도처럼 출렁인다.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과

혹시 상처받을까 하는 걱정은 언제나 그림자처럼 함께 온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지나치게 많은 것을 생각한다.

조건을 따지고,

상황을 되새김질하고,

마음을 숨기거나 상대의 반응을 과도하게 해석한다.


그러나 인연은 생각을 많이 해서 대비한다고

생각이 없이 직관대로 행동한다고

이어지거나

끊어지지 않는다.


될 인연은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아무리 애써도

아닐 인연은 손끝에서 흘러나간다.


요즘 아이들이 “될 놈 될”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나는 웃으며 그 말이 결국 진리라고 이야기한다.


그렇지

될 놈은 어차피 된다.


될 놈이 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진심을 다해 마음을 열고,

노력하는 것뿐이다.

그 이후의 흐름은 운명과 시간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될 인연이라면 멀리 돌아가도 다시 만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것 또한 내 삶을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좋은 인연은 결국 다시 이어지고,

과정 속에서 오가는 수많은 생각들은

더 따뜻하고

단단하게

다가오기 위한 서사의 일부일 뿐이다.


붉은 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으로는 언제나 느낄 수 있다.

결국 인연은 계산이 아니라 마음이고,

노력이라기보다 흐름이다.


나는 오늘도 그 실을 믿는다.

나만의 이야기를 완성해 줄 붉은 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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