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나의 친구
내가 사랑하는 두 권의 책
우리 집에는 내가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책 두 권이 있다.
하나는 『불안의 서』,
또 하나는 『서양미술사』이다.
이 책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저 책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갈색 바래보이는 한장 한장이
오래 두어도 나의 그날을 기억해 줄 것 같다.
그 중에서 『불안의 서』는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 거울 같은 책이다.
불안을 마주하는 시간
『불안의 서』를 읽는 데 꼬박 반년이 걸렸다.
중간에 건너뛴 부분도 있었고, 다시 읽은 부분도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시 펼칠 때마다 문장은 새로웠다.
마치 내 마음이 달라지니, 같은 문장도 다른 얼굴을 하고 다가오는 듯했다.
나는 늘 불안을 덮으려 했다.
불안이 고개를 들면 “괜히 신경 쓰지 말자” 하며 눌러버렸다.
하지만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서 끊임없이 꿈틀거렸다.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불안은 나약함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나를 비추는 문장
책 속에서 가장 오래 머문 문장은 이것이다.
“나는 내가 아닌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이 문장을 읽고 나는 한참을 멈추었다.
회사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혹은 연인과의 대화 속에서
내가 아닌 사람처럼 행동할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겉으로는 괜찮은 척,
평화로운 척 하지만
속으로는 불안과 외로움이 가득할 때가 있었다.
페소아는 그 순간을 숨기지 않고 기록했다.
나도 이제는 “나 지금 불안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나
『불안의 서』는 단지 한 작가의 고백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
관계에 대한 불안,
존재에 대한 불안.
나는 그 모든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아이들에게서 점점 사라져가는 나의 자리에 대한 공허함,
내가 원하는 만큼 표현받지 못할 때 느끼는 외로움,
그 모든 것이 불안의 다른 얼굴이었다.
페소아는 말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느낀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불안을 억누르지 않고 그냥 느껴보기로 했다.
그 순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불안은 나의 친구
결국 『불안의 서』는
아직 미완이지만
나에게 불안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불안은 숨겨야 할 결함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내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마음이다.
“나 지금 이것이 불안해.”
그 한마디가 나를 더 나답게 만들고,
누군가와 더 진실하게 연결되게 한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책은 단순히 지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불안의 서』는 내 안의 그림자를 보여주었고,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나는 조금 더 믿음직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불안을 감추는 대신,
불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가장 나다운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