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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반지 Sep 21. 2023

또 4등을 해버렸다. 아이쿠야

고용센터 김주무관 이야기


서점에 문제집을 사러 갔다.


"국어랑 수학 문제집 이걸로 주세요"

서점주인분이 문제집들을 주면서 교과서도 함께 주셨다.

"학생은 교과서도 안 샀는데 문제집만 사면 어떡해요.

그래가지고 등수 어떻게 올리려고,

이번에 교과서랑 다 사서 기초부터

튼튼히 공부를 해요.

그러면 등수 오를 수 있을 거야."


'세상에 교과서도 안 샀었다니, 내가 참 바보였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꿈이었다.



"또 4등이다. 이러다가 5등 되겠는데, 따라 잡힐 거 같은데 , 5등이랑 점수차이 별로 안 난다."

팀장님 한숨소리가 들린다.

"방법이 정말 없겠나? 이거 우야노,

분모가 문제인데"


8개 센터 중 4등, 애매하다.

원래는 그래도 상위권으로 분류될 수 있는 3등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8월에 담당자가 일부 바뀌면서 떨어졌다. 업무초짜인 나는 한 사업장을 검토하는데 하루가 걸렸었다.

3주 정도 지나자 검토하는데 속도가 붙었으나 벌어진 간격은 좀체 좁혀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성적압박은 처음 받아본다.

좋게 말하면 젊어진 느낌이랄까. ㅎㅎ

다시 고등학생이 된 거 같다.


다행인 것은 8월에 비해 우리 센터 성적이 조금 올랐다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올라간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타 센터들도 성적이 올랐다는 것이다.


선배 주무관님이 그러셨다.

성적을 올리는 방법은 '분모를 줄이는 것'이라고.

업무 초반에 분모가 무엇인지 분자가 무엇인지 엄청 헛갈렸다.


"9/4와 10/2 중에 어떤 게 더 큰 것인지 알아내고 이유를 적어내시오"라는 질문이 허공에서 떨어졌고

나는 순간 '이게 뭐지'  정신줄을 잠깐 놓았다가 '아 맞다. 난 분수를 안다. 할 수 있어'라고 놓았던 정신줄을 다시 잡고 한참을 고민한 결과를 오랜 시간 적었다.

이것 역시 꿈이었다.



업무를 사랑해도 1등이 주어지진 않는다.

1등을 하려면 선배 주무관님 말대로 분모를 줄이는 전쟁을 치르고 승리의 깃발을 꽂아야 한다.

어디서나 등수는 소수점 차이로 갈리고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위로 올라갈 수 있다.


현재로선 1등을 바라진 않는다. 지금 1등 센터의 수치를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다.

목표는 원래의 3등을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가 잠깐 주춤한 사이 3등을 가져간 센터를 이겨볼 가능성은 보인다.

조금만 더 치열하게 싸우면 될 거 같다. 조금만 더.


감은 왔다. 퍼센트를 올리기 위해선 '분모를 줄이는 것' 오로지 그것만 생각해 보자.

그다음에 행동개시..


과연 다음 달 우리 센터 등수는 몇 등일지 궁금하다.

업무를 같이하는 동료와 기분 좋게 다짐을 했다.


"샘, 우리 분모를 어떻게 줄이는지 알잖아요.  

가 봅시다." ㅎㅎ


다음 달 등수 공개 기대해 주세요.  ^^

<난 왜 안되지 안되지 되뇌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보자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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