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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반지 Feb 25. 2024

나는 노예의 삶을 살고 있는데,  왜 이토록 즐거운가?

김주무관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노예의 허영심인가?

돌연변이 노예인가?



사실은 흐르는 시냇물을 보며 시를 쓰고 싶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까웠던 뭉게구름을 보면서 시를 쓰고 싶었다.

여름밤, 집 뒤쪽 대나무밭에서 들려오는 샤샤샤 소리를 들으면서 시를 좀 더 쓰고 싶었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저렇게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실제로 시도 썼었다.


그렇게 살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중학교 때부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면 불행해졌다.

하지만 주변에서 '하기를 바랐던 것'을 하면 행복해졌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하고 싶은 것'과 '하기를 바랐던 것'을 동일시했다.


그리고 나는 어느덧 '하기를 바랐던 것'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냈다고 믿어버렸다.


하고 싶은 것 = 남이 내가 하기를 바랐던 것,

처음엔 이렇게 시작했는데.


하고 싶은 것= 하기를 바랐던 것 = 하고 싶었던 것, 이렇게 변해 있었다. 변했다고 인지하지도 못했었다.


어느 아침,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면서 버스 창문에 부딪히는 선이 가는 빗방울을 보다가 깨달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실이 이러한 데 오늘도 나는 왜 출근하는 발걸음이 이토록 즐겁기만 하는가.


그에 대한 깨달음은 퇴근하는 어느 밤에 얻을 수 있을까.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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