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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반지 Mar 09. 2024

공무원 3년 차, EnFp는 InTp가 됐다.

고용센터 김주무관 이야기

소리 없이 느껴졌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느 날부터


사람들하고 떠들썩하게 이야기하고 소란스럽게 웃으면서 에너지를 얻었던 '내'가

나는 약간 부담스러워졌다. 심지어 어떤 사람과의 대화 후엔 내 에너지의 20퍼센트가 구멍 난 곳에서 물이 흘러나가는 것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 아 나의 에너지 저렇게 흘려보내기에 너무 아까운데,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해도 에너지들은 푸석하고 이기적인 사람들 앞에서 속절없이 자꾸 사라져만 갔다.


출근길에 혼자 운전하는 차 안에서 흘러간 예전 노래를 듣고 있었다. 어디선가 한 40퍼센트 정도의 에너지가 몸 안에서 생기고 있음을 느꼈다. 노래만 들었는데도 가사를 음미만 했는데도 에너지는 생겼다.


퇴근길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어폰을 타고 들려오는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들을 때 하늘로부터 갑자기 에너지 20퍼센트가 내 심장 속으로 쿵하고 떨어졌다.


'이상하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했는데, 왜 이렇게 혼자 사색하고 있을 때

에너지가 생기는가?'



나는 친구가 슬퍼하면 그 슬픔을 들어주려고 했다. 그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엔 무조건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그렇게 된 결과의 이유, 원인에 집착하는 '내'가 나는 낯설었다.


사업주들에게 주는 지원금의 최종 지급 여부를 결정할 때 나의 기준이 굉장히 빡빡해져 있음을 알게 됐다.

특히 지침의 해석이 애매한 경우 담당자가 재량으로 판단해야 할 때,

나는 좀 더 틈이 없는 치밀한 기준으로 접근했다.

이유가 명확해야 했고 그 이유들은 반드시 서류로 증빙돼야 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들에 대해선 발급이  안 되는 서류도 있다. 왜냐면 그것은 개인의 자존심에 대한 부분이거나 부끄러움의 범위일 수도 있 때문이다.


옆 동료가 내게 그랬다.

"이 사업은 우리 부가 지원을 해 주기 위해 예산을 따 온 것인데, 우리가 가혹하게 잣대를 들이대서 지원을 많이 못해주는 것도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 거 같긴 해요.


물론 담당자의 재량일 경우 꼼꼼하게 자료를 더 받는 것은 맞겠지만,  결국 지원을 하겠다는 더 큰 취지에 맞게 추가 서류들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할 거 같아요."



이틀 전 코감기에 걸린 나는 내가 왜 코감기에 걸리게 됐는지 이유를 분석해 보았다. 옆 동료들도  대면 조사했다. 여러 가지를 종합분석한 후 원인은 밝혀졌다. 일주일 전 감기에 걸린 남편에게 감기 바이러스를 받았고 2월 인사이동 이후 업무가 추가된 나는 새로운 업무를 하느라 면역력이 약해져 있었다.


그로 인해 감기 바이러스에 싸울 나의 백혈구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감기 바이러스는 쉽게 내 몸을 정복할 수 있었다. 특히 기관지가 약했기에 그 부분을 먼저 점령한 것이었다.  


나름 직업상담사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자로서, mbti 조금 안다고 자부하는 나는 변했다는 촉은 있었는데 확실한 증거가 없어 머뭇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나는 확신했다. 그래서 다시 mbti 검사를 해봤다.

예상대로 나는 달라져 있었다.


21년 김주무관은 enfp 답게 새로운 사람들에게 두려움 없이 다가갔고 호기심 어린 질문들을 쏟아냈다.

'고마워요, 감사해요. 넌 무조건 잘 될 거야, 넌 항상 행복할 거야, 우린 밑도 끝도 없이 즐겁기만 할 거야'라고 외치고 다녔다.


24년 김주무관은 infp 가 되어 있었다. 호기심은 여전했지만 두려움으로 방패를 들고 서 있을 뿐, 사람들에게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직 E 가 45%이기에 궁금함을 참을 수 없는 좋은 사람들에겐 먼저 질문들을 하긴 한다. (원래는 e가 90% 이상 ㅎㅎ, 도망간 나의 E 45%를 찾아야만 할까?^^)


그리고 대책 없이 '행복과 희망'을 부르짖었던 과거는 희미해지고 '대책 없는 것'들에 대해 냉소를 머금을 뿐이다. 모든 상황에 대한 인과 관계가 파악돼야만 잠자기 전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T와 F는 각 50%이다. 남들은 이게 T라 할 수 있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난 원래 F도 90% 이상이었다. (도망간 나의 F 40%도 찾아야만 할까?^^)


한편으로 어떤 상황이 와도 나의 n과 p 기질은 바뀌지 않을 것 같긴 하다. 여전히 압도적으로 s와 j에 비해 80%를 넘는 것을 보니 말이다. 다행인 건가. 아닌 건가.


'나'라는 사람은 왜 이리도 말랑하기만 한 건지,

상황에 따라 이리 변하고 저리 변하고 참으로도 신기할 뿐이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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