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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반지 Jul 09. 2023

민원인의 거짓말을 알아내는 나만의 아주 허술한 방식

40대 늦깎이 공무원의 슬기로운 공직생활

가짜 근로자인 경우, 하나

사업장은 경상남도 남해의 멸치쌈밥 가게였다. 근로자는 대전에서 재택근무를 한다. 급여 이체 내역을 요청하니 현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월급날 대전에서 남해로 직접 운전해 가서 받았다고 한다. 그럼 톨게이트 영수증을 내라 했더니 톨비를 안 내는 도로다고 한다.


근로자 본인 계좌 입금 내역을 내라 하니 집에 현금을 쌓아두고 서 그 자료를 못 낸다고 한다.  사업장 계좌 출금 내역을 내라 했더니 사장님도 금고에 현금을 쌓아두고 필요하면 꺼내 쓴다고 한다.


 무슨 일을 했냐 했더니 가게 메뉴표를 만드는 것과 직원들 월급계산이라고 했다. 그런데 본인 월급만 사장이 계산을 한다고 다.  출산휴가급여를 받는데 왜 이런 서류가 필요하냐며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각색된 내용입니다. 실제 지명과 관련 없음)



가짜 근로자, 둘

아빠와 딸로만 이뤄진 사업장에서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 급여 신청을 종종 한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딸들은 하나같이 진짜로 일을 했으며 실제 근로자가 맞다고 주장한다. 나는 그분들에게 같은 말을 한다.


"선생님 말이 사실이라면 무조건 근로자로 인정되실 겁니다. 왜냐면 사실이라면 어디에든 흔적은 남을 것이고 그 흔적을 그냥 제출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짓이라면 흔적이 없기 때문에 자료를 제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거짓 자료를 낸다면 앞뒤가 맞지 않을 것입니다."


몇 달 후 도착한 근로복지공단의 근로자성 판단은 대부분 불인정이다.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하는 그 마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자연스러운 거짓말의 흐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거짓말은 어디서부터 악의일까.


가끔은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민원인들은 돈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 나는 거짓과 참을 구분해야 한다. 눈빛만 보고도 목소리만 들어도 알아챌 수 있는가. 나에겐 그러한 능력이 있는가. 예상대로 없다.


하지만 천방지축 김주무관에겐 법령 갑옷과 지침 및 매뉴얼 방패가 있다. 간단하다. 자료로 증빙되지 않는 모든 것들은 거짓이다.


사랑, 기쁨, 슬픔에 대해 거짓과 참을 구분하는 것도 아니니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심사 업무를 맡고 있는 김주무관은  종종 듣는다. "너는 날카로움과 예리함이 부족하다."  

매일 내 안에서도 저 소리가 들려왔다. 업무 변경을 요청해 볼까? 좌절해 버릴까? 비를 잔뜩 맞아 축  나뭇잎처럼 하염없이 바닥을 향했다.


하지만 천성이 둥글고 태평한 김주무관이 어느 날 뚝딱 저걸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냥 내 식대로 잡초를 찾아보자.  나는 둥그니까 날카로운 것을 만나면 따갑다. 다행히 거짓말은 날카롭고 예리하다.

그래 이거다.'


더 크게 동그래지자. 더 크게 태평해지자. 그러면 더 많은 거짓말의 날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은 힘들고 지치며 끝내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있는 것을 크게 만드는 것은 쉽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면 살이 붙는다. 거기에 꾸준히 운동을 하면 근육도 생긴다. 끝내 강해진다.

너무나 허술한 방법이지만 은근 지금까지 도움이 되고 있다. ^^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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