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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Jul 21. 2021

가난 딛고 최연소 억만장자성공 신화 "성냥부터 시작"

::안데르센 동화 다시 쓰기 - 성냥팔이 소녀::

본 글은 [브런치 작가와 함께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 제13회 공유저작물 창작 공모전 2차 - 글 부문]에 응모하기 위해 쓰여진 2차 창작물입니다.






'성냥 팔아' 최연소 억만장자 된 소녀 가장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 청년사업가 이색 성공스토리 소개


경제전문지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이하 포럼)은 십 대에 CEO 자리를 꿰찬 청년 사업가 3인의 사례를 지난 15일 소개했다. 포럼이 소개한 사업가들은 핀테크, IoT 분야뿐 아니라 성냥과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부터 친환경 전기 사업까지 성공의 발판을 이룩한 사례를 소개해 화제를 일으켰다.

이른바 Top 3가 사업을 시작한 나이는 만 15세 이전으로, 일명 '성냥 팔이 소녀'로 불리는 덴마크 출신 릴리 한스(15)는 불과 만 9세 때 사업 아이템을 발굴했다. 말마따나 '성냥부터 시작'해 백만장자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릴리는 할머니에게 받은 성냥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땐 정말 이렇게 콱! 죽는구나 싶었죠."


인터뷰 중, 유년기를 회상하는 한스 대표의 입가에 잔물결 같은 미소가 어렸다. 나이 답지 않은 성숙한 모습이었다.


"아마 12월의 마지막 저녁 날이었을 거예요. 상점이 문을 다 닫아 길거리는 을씨년스러운 데다, 날은 또 어찌나 춥던지...... 시퍼런 눈은 펑-펑- 쏟아지는데.. 참, 뭐랄까? 야속하더라고요? 하늘에서 쏟아지는 저 눈송이가 지폐 쪼가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 생각하며 닭똥 같은 눈물만 뚝, 뚝, 흘리고 있었더랬죠."




L.O.L(Light Of your Life) 대표 릴리는 회사의 심벌인 성냥 모양 배지를 만지작 거리며 꿈꾸는 듯한 눈으로 잠시 창밖에 시선을 던졌다.


"꽁꽁 언 발로 성냥을 사라고 외쳐도 아무도 거들떠도 안보더군요. 사람들은 남의 불행에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았어요... 정말이지, 그때 만약 길가에 떨어진 잡지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그대로 객사하고 말았을 거예요."


너무 추운 나머지 모닥불이라도 지펴볼까 하는 심산으로 뒤적거리던 폐지가 인생 전환의 황금 티켓이 되었다. 폐지 속에서 릴리의 눈에 띈 것은 공교롭게도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 창간호였다.


"그곳에서 탄소경영(ESG: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이라는 문구를 발견했어요. 요약하자면, 기업들이 너도나도 친환경 정책을 펼치느라 눈이 시뻘게져 있다는 얘기였죠."


한스 대표는 그 대목에서 번뜩 뇌리에 불이 켜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때 깨달은 거죠. 아, 나의 마케팅 법이 잘못되었구나.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파는 게 비즈니스가 아니라, 남들이 원하는 것을 제안하는 것이 비즈니스라는 걸 말이죠! 보세요, 기자 양반. 저는 그때 고작 9살이었단 말입니다. 9살이요!"


한스 대표는 아직도 고사리같이 보이기만 하는 작은 손가락 아홉 개를 펴 흔들어 보였다.


"시장 경제가 뭔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뭔지 무슨 수로 알고 있었겠습니까? 한창 초등학교에서 코딩이나 짜고 있을 나이였단 말입니다. 흠. 어쨌거나 제가 잡아낸 키워드는 시장에 잘 먹혔어요."


한스 대표는 한쪽 주먹을 불끈 쥐고 골 세리머니를 하듯 연신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그때의 고무감이 되살아나는 모양이었다.


"하하, 사람들 마음에 제대로 한방 먹여버렸다, 이 말입니다! 오, 잠깐만요. 프레드릭! 잠깐 이리로."


갑자기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미간에 주름을 잡은 한스 대표. 무언가 말로 형용해 말할 수 없는 근엄한 기운이 조막만 한 얼굴에 떠돌았다.

그렇게 몇 초나 지났을까, 백발이 성성한 노집사가 허둥지둥 집무실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프레드릭, 방금 내가 말한 표현 들었어? '한 방 먹였다'라는 말. 잘 적어놔. 까먹지 않도록 말이야."


자신의 입에서 불거져 나온 표현을 곱씹는 듯, 한스 대표는 가늘게 눈을 떴다.


"네, 대표님."


"좋아. 가 봐."


"네, 대표님."


한스 대표가 손을 휙휙 내젓자 집사는 공손히 허리를 굽히고 물러났다.

집무실 밖으로 나선 집사가 무어라 수신호를 보내자 복도에 대기하고 있던 비서들이 허둥지둥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표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모양이었다. 개중에 누군가는 벌써 노트북을 켜고 빠르게 타이핑을 하고 있었다.


"이런, 미안합니다. 하하. 일하는 버릇이 이렇게 든지라... 아, 어디까지 했죠?"


다시 평상시의 여유로운 태도로 돌아온 한스 대표는 남은 인터뷰를 마저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래요. 친환경 마케팅. 멘트부터 잘 못 된 거예요! 멘트부터!"




-서,.. 성, 냥 사세여... 서, 성냥 세요...



"기자님, 말해보십시오. 누가 사주고 싶겠습니까? 요새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고요."


뜬금없이 어디에선가 나타난 머플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성냥팔이 흉내를 내던 대표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휙, 머플러를 댑다 집어던져버렸다.





- 살려주세요! 우리의 지구를 살려주세요! 한 해의 마지막 날. 한 시간 만이라도 조명을 끄고 촛불을 켜 병들어가는 지구를 도와주세요! Save Our Planet!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구가 크레파스로 삐뚤빼뚤 그려져 있는 도화지가 불쑥 튀어나왔다.

아마 그 당시 마케팅에 활용된 문구와 그림인 듯했다.


"이른바 <조명 끄기 행사>를 그 자리에서 제창해 버린 거예요! 그리고 이 도시 전체 가정이 1시간 소등하는 것으로 작년 대비 전체 전력 소비량의 10퍼센트가 줄어든다고 수치를 발표하고, 탄소 방출량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주장했죠. 숫자요? 하하. 뭐, 대충 짐작한 거였죠! 앗, 이건 업무상 기밀입니다. 오프 더 레코드로 해주세요. 흠흠. 뭐, 어쨌든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말이죠. 아시잖아요? 사람들은 숫자에 약하다는 거. 그리고 친환경 키워드가 또 기가 막히게 먹히거든요."


전력 소비량을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우리 집부터 먼저' 줄이기 시작해 지구에 도움이 되자는 슬로건이 불러온 파급 효과는 대단했다.

첫 번째 집에서 기존 매입가에 1.5배 프리미엄을 붙여-한스 대표는 시즌 프리미엄이라고 했다- 판매한 뒤, 그 돈으로 다시 도매상에 찾아가 성냥을 사 집집마다 돌며 기부금을 걷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저희 L.O.L 회사의 창립 자본금이 되었죠. 하하. 뭐, 어려울 것 없습니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도 하실 수 있단 얘깁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목매달지 말고 우선 수중에 있는 자원부터 어떻게 활용할까 궁리를 해 보십시오. 분명, 그 안에 답이 있습니다!"


그는 현재 예전 자신과 같은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여 분기별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저도 했습니다. 술주정 뱅이 아버지에, 가진 거라고는 성냥 한 통 밖에 없던 저도요! 그러니까 뭐다? 야, 너도 할 수 있어! 이겁니다. 이거."


하하하!

집무실이 떠나가라 호탕하게 웃어젖히던 한스 대표의 미간이 일순 다시 구겨졌다.


딱, 딱!

손가락을 튕기자 프레드릭이라 불리던 노집사가 다시 허둥지둥 뛰어들어왔다.

거의 신의 경지에 다다른 반사신경이었다.


"프레드릭, 이거 적어놔. <야, 너도>."

"대, 대표님... 그건 이미 타 업체에서 마케팅 문구로..."

"쓰읍-"

"네, 네! 저, 적어놓겠습니다!"

 

지시를 마치고 카메라 기자를 향해 몸을 돌리며 찡긋 웃음을 날리는 한스 대표.

그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서 장차 친환경 전기 업체의 눈부신 미래를 미리 언뜻 엿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fin.








본 글은 브런치 작가와 함께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 제13회 공유저작물 창작 공모전 2차 - 글 부문에 응모하기 위해 쓰여진 2차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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