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rain Drai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lie May 08. 2023

오늘은 어버이날. 나는 얼굴 대신 돈을 보여드렸다.


물리치료를 받는 중에, 치료사가 문득 물어왔다.

"오늘 어버이날인데, 뭐 해드렸어요?"라고.

그래서 나는 "돈이나 좀 보내드렸어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치료사는 "에이, 얼굴을 보여드려야지..."라고 말했다.

아마 그 뒤에 생략된 말은, '그래야 더 좋아하시지'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가족은 돈 없이 화목하게 지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래도 나의 사회적인 자아는 직접적인 답보다 애매한 표현을 골랐다.

"그러게요."

였던 것 같다.


"아닐 걸요?"

이 대답은 내게 더 씁쓸하게 들릴 것 같아서.


-나는 천 년 동안 나와 가족 간의 거리를 채우려고 애를 쓰며 살아왔다. 거기에 비하면 내 집을 채우는 건 수월했다.


소설 <키르케> 속 키르케의 중얼거림이 문득 떠오르던 오후.

잘못된 건 어느 쪽이었을까.

때론, 배우지 못한 어설픈 서투름도 연약한 서로에게 메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버리곤 한다.

무뎌지는 것은 ‘가족’이라는 말이 남기는 여운 뿐.


 

매거진의 이전글 물이 주는 생동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