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9일(토) 노스라이드 예술학교 커뮤니티센터(North Ryde School of Arts Community Center)에서 호주한인극단(AKTC, 대표 임기호)의 창작 뮤지컬 ‘유 아 스폐셜(You are special)’이 감동적인 메시지와 위로를 전달하며 성황리에 공연됐다. 2회 전석 매진 사례였다.
올해로 8년째를 맞는 호주한인극단의 임기호 대표가 맥스 루케이도의 <너는 특별하단다> 원작 동화를 기반으로 각색, 연출, 음악으로 ‘창작 뮤지컬’이라는 새 장르에 도전하면서 호주의 한인 극단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다음은 임기호 대표와 일문일답.
▲ 2014년 ‘메시지 뮤지컬’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서 호주한인 극단(AKTC)까지 설립했는데..
“2014년 ‘메시지 뮤지컬’을 시작할 때는 호주 교민, 가족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공연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처음에는 뮤지컬 공연만 하다가 연극, 뮤직 콘서트까지 제작을 하게 되면서 지금의 호주한인극단(AKTC - Australia Korean Theatre Company)으로 단체명을 변경하고 총 15편 정도의 작품을 만들었다.”
▲ ‘너는 특별하단다’를 원작으로한 창작 뮤지컬 ‘유 아 스페셜(You Are Special)’은 어떻게 영감을 얻을 수 있었나?
“이 동화책(너는 특별하단다)은 읽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창작 뮤지컬 대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몇몇 인물들을 만들어 냈다. 동화에는 펀치넬로, 엘리, 루시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번 뮤지컬에는 시장, 시장 부인 그리고 폴과 스타클럽이라는 아이들을 등장시켜 재미 요소를 극대화했다.”
▲ 언제부터 연출, 감독 일을 시작했나?
“한국에서부터 공연 무대에 서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교회 행사 무대에 올랐던 것이 기회가 되어 청소년 극단, 지역 극단을 거쳐 대학로 극장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20대, 한창 무대에 오를 시기에 ‘야맹증’이 심하게 오는 바람에 더 이상 무대에서 연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때부터 다른 사람을 무대에 올리는 일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기획과 연출로 방향을 바꾸었다.”
▲ 공연 문화 환경이 매우 척박한 호주 동포사회에서 호주한인극단을 창립한 이유는?
“이민, 유학 생활을 하는 교민들에게 삶의 활력을 더해주고 싶었던 것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동포들이 호주에 살면서도 한국 드라마, 영화를 선호한다. 이유는 ‘문화적인 공감대 형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TV, 휴대폰 영상을 넘어서 라이브로 진행되는 연극, 뮤지컬이 큰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 뮤지컬 감독을 하려면 ‘촉수’가 잘 발달되어야 한다고 한다. 연출, 배우, 음악 등 신경 쓰고 이끌어가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무대를 위해 열정을 쏟는 그 원천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스스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레벨을 측량한다. 개인적으로 ‘목사’이기 때문에 교회 사역과 뮤지컬 이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축적된 에너지를 가지고 두 가지 일에 올인한다. 뮤지컬 감독을 하면서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은 ‘책’이다. 많은 시간을 독서와 글쓰기에 할애하고, 그런 시간들이 쌓여서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아직도 다이어리 속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글들도 많다. 이런 것 들이 내 안에서 분명하게 정리, 축적되면 배우들과 함께 소통하며 작품을 만들어낼 때에도 막힘없이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다.”
▲ 호주의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으로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공연기획 단계에서는 2곳의 장소에서 총 6회 공연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공연장을 1곳으로 옮기고 공연 횟수도 2번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티켓은 좌석의 50% 만 앉을 수 있는 제한이 있었지만 공식 포스터를 붙이기도 전에 매진이 됐다. 그리고 놀랍게도 공연 전날에 다시 전 좌석을 오픈할 수 있게 되면서, 남은 좌석들도 모두 매진됐다. 그동안 공연을 보지 못하셨던 관객분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했다.”
임 감독은 작년 3월, ‘망막색소변성증’ 판정과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동공 주변의 시신경이 죽어가서 서서히 시력을 잃게 되는 병이다. 진단을 받은 후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게되어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가장 불편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펀치넬로’의 마음을 몸소 느꼈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주변 사람들에게 금별(찬사)을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금별을 몸에 붙이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이런 일을 겪으니 내 몸에는 점표만 가득히 붙어있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작품을 준비하고, 완성의 모양을 갖춰가면서 스스로 많이 회복됐다. 개인적으로는 성경을 읽고 느낀 점들을 기록하면서 내 몸에 붙어 있는 점표, 내가 갖고 싶었던 금 별들을 내려놓는 시간들이었다.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시력이 남아 있어서 감사하다."
▲ 창작 뮤지컬 ‘유 아 스페셜’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나 금별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점표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누구나 어떤 위대한 업적이 없어도 소중한 존재이며, 별표가 붙었다고 너무 잘난척하지 말고, 점표가 붙었다고 너무 낙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 김나리 음악감독, 펀치넬로 역을 맡은 임하늘, 럭셔리 역을 맡은 임바다. 가족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은 어떤가?
“온 가족들이 함께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오르는 건 특별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가족이 특이하고, 특별하다고 말한다. 먼저, 아내 김나리 교수는 한국에서 작품을 하면서 만났다. 워낙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탐이 났던 사람이다.
첫째 하늘이는 어린 시절부터 무대에서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마, 아빠가 작업을 할 때 피아노 밑에 담요를 깔고 잠을 자면서 자연스럽게 뮤지컬 공연을 체험했고, 하이 스쿨 때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 서서 공연을 했다. 둘째 바다는 8살때부터 공연팀 앙상블로 활동을 했다. 작년에는 호주 방송국ABC의 ME에서 제작한 어린이 드라마 ‘본-투-스파이(Born-to-spy)’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가족들은 연습실이나 집에서나 늘 공연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은 신랄하게 부모들의 디렉팅에 대한 피드백을 전한다.
▲ 호주에서 뮤지컬 배우 또는 연출의 꿈을 키우는 청년들에게 격려의 한마디 부탁드린다.
“보는 만큼, 아는 만큼 성장한다”라고 말하고 싶다. 극단에서 오디션 공지를 하면 많은 분들이 문의를 한다. 그런데, 정작 오디션에 오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오신 분들 가운데에도 참여하는 작품에 대하여 거의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관심이 있다면 찾고, 연구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만 연습을 하지 말고, 작품 전체에서 이 노래가 갖는 위치와 힘을 알아야 한다. 작곡가나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지식과 상상력의 크기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 향후 기획하는 공연과 비전이 있다면?
“6월 10일부터 공연되는 연극 <보잉보잉>이 연습에 들어갔다. 한국의 대표적인 코미디 연극을 통해서 젊은 분들에게 큰 웃음을 전달할 계획이다. 2021년 연극 라이어의 연출을 맡았던 이진호 연출이 이번 작품을 맡고 있다. 그리고, 연말에는 뮤지컬 <빨래> 를 기획 중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 <빨래>를 통해서 이민 사회에 공감대를 만들고 싶다. 힐링 뮤지컬 앙코르 공연도 준비 중이다. 극단의 가장 큰 비전은 자체 공연장을 갖는 것이다. 언제든지 한국 공연을 보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면 공연장에서 볼 수 있도록 하며, 더 많은 창작 공연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뮤지컬을 사랑해 주시고, 많은 격려와 응원해 주신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좋은 공연문화로 보답할 것을 약속한다.
김형주 기자 julie@hanhodaily.com
출처 : 한호일보(http://www.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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