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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Sep 13. 2022

[멘탈관리LAB] 모르면 인생을 망치는 '현재 편향'

#멘탈 #투자 #현재편향 #쌍곡선할인편향 #인지편향 


    인간은 참 알 수 없는 생명체입니다.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 별 짓을 다 하다가도 막상 뜻대로 속하게 되면 자유로워지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가 자유가 주어지면 며칠 안 가서 또 다른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 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언제는 똑똑한 게 좋다가, 언제는 몸 좋은 게 좋다가, 언제는 돈 많은 게 좋다가, 언제는 혼자가 좋다는 게 우리 인간입니다. 자기 객관화는 전혀 안 되면서 엄청 이기적으로 자기 최면을 걸며 살고 있습니다. 이게 보통 평범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입니다. 안정적인 낮은 보상과 불안정적인 높은 보상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낮지만 안정적인 보상을 선택합니다. 사람들은 당장에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을 안정적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작더라도 즉각적이고 명확한 것을 서슴없이 선택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현재 편향' 또는 '쌍곡선 할인 편향'이라고 부릅니다.




    현재 편향은 행동경제학에서 밝혀낸 인지 편향으로 과도한 가치 폄하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나중에 큰 보상을 받기보다 작고 즉각적인 보상을 선택하는 인지 편향입니다. 가까운 미래일수록 가치 할인이 크고, 일정 기간이 지나버리면 가치 할인 폭이 크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 10만 원을 받을래요? 아니면 일주일 후에 11만 원을 받을래요?'라고 하면 대부분은 지금 10만 원을 받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1년 후에 10만 원을 받을래요? 1년 1주 후에 11만 원을 받을래요?'라고 하면 대부분은 1년 1주 후에 11만 원을 받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현재 편향입니다.


    본능 같은 현재 편향은 우리 실생활의 많은 중요한 결정에 '과장된 할인'이라는 영향을 미칩니다. 그 이유를 추측해 보자면 적자생존의 시대를 살아온 조상들의 삶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생존과 번식이 최고의 가치였던 시절에 미래라는 개념이 있었을까요? 오늘 굶어 죽거나 맹수나 적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현재라는 생존과 번식의 기회에 미래의 가치를 더하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이라는 선택이 가장 가치의 할인이 덜 된 선택이었겠죠? 좀 다른 얘기이긴 합니다만 이런 차원에서 '오늘만 생각하며 사는 라이프 스타일'은 너무 과거의 방식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현재 편향의 현실적인 예는 많습니다. 다이어트나 피트니스에 임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 보시죠. 다이어트를 하거나 좋은 몸을 만드는 것에 대한 정보는 차고 넘칩니다. 별다른 왕도가 없다는 사실도 이제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합리적인 음식을 선택해서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장기간 유지하는 방식만이 건강하게 좋은 몸을 만든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당장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편하게 휴식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담배나 술을 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약물, 게임, 연애 등 중독성이 있는 모든 것이 마찬가지입니다. 현재의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참고 견디면 훨씬 큰 미래의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갖 변명과 핑계를 앞세워 눈앞의 확실한 작은 것에 몰입합니다.


    저는 현재 편향적 사고가 '소확행'의 나태한 재해석을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 대신 작지만 확실한 현재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 옳다는 해석은 전형적인 현재 편향적 사고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소확행'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소확행을 목표 지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삶의 과정 중에 한 부분이라고 본 것이고, 이를 나태하게 해석한 사람들은 그냥 '작고 확실'한 무언가만 본 것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무라카미의 소확행은 마라토너가 42.195km를 뛰면서 길가의 꽃과 바람과 구름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이라면, 나태한 소확행은 마라톤은커녕 100m도 뛰지는 않으면서 꽃구경하며 느끼는 불안한 즐거움인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무라카미의 소확행은 현재 편향을 극복한 상태의 즐거움이라면, 당장의 쾌락에 집중하자는 소확행은 미래가치를 0으로 본 현재 편향의 사례인 셈입니다.


    투자나 정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원자재 수급이나 생산을 조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단기 이익에만 치중을 하게 되면 미래 수익이 사라 질 수 있습니다. 개인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 투자의 낮은 리스크와 단기 투자의 높은 수익이 잘 구성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리스크 높은 단기 투자만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정치도 같습니다. 집권 시기 동안의 정치적 이익에만 몰두하면 수많은 공공 이익이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기업가나 투자자나 정치인은 기다림이 없는 확실한 선택을 합니다.




    우리가 보다 더 나은 판단을 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는 뇌가 내리는 빠른 결정에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모든 인지 편향은 게으른 뇌 때문에 생깁니다. 뇌는 빠르고 안전하고 스트레스 없는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합니다. 그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 때문에 모든 인지 편향이 생깁니다. 그래서 역으로 뇌가 내리는 빠른 판단과 선택에 의구심을 품어야 합니다. 지금 구석기시대처럼 기아, 질병, 맹수만이 위험의 변수가 되는 시절이 아닙니다. 수많은 정보와 변수들은 뇌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더욱 어렵게 합니다. 특히 '툭~'하고 튀어나오는 결정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뇌는 과거에 입력되어 있는 경험을 통해서 빠른 판단을 합니다. 얼마나 질 좋은 경험을 했느냐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릴 적 또는 적당한 멘토가 없어 혼자 생각하고 판단했던 시절의 경험의 질은 담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변수를 미리 넣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행 계획 짜는 거 말고 1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계획이 있으면 뇌는 과거의 경험을 계획에 가져다 대보기라도 합니다. 그러면 섣부른 판단을 조금은 피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 회사에서 신규 사업 업무를 할 때, 수많은 정보들이 쌓이고 쌓이면 기획은 길을 잃게 됩니다. 유니크한 비즈니스 모델과 핵심 수익 모델들이 하늘에 둥둥 떠다니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이상한 모양의 사업 기획안이 나오곤 했었습니다. 그 상황을 탈출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기본이라 부를 수 있는 최초의 계획 시점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 사업을 왜 시작하려 했고, 무엇을 얻고 싶었는지에 대한 최초의 계획을 다시 생각해 보면 쌓여 있던 정보들이 정리가 되곤 했습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거지처럼 살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현재와 미래를 균형감 있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을 수학 실력과 기획력이 필요합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감탄고토' 하지 않아야 합니다. 감탄고토해서 생기는 부정적 인간관계는 매매 타점을 놓쳐서 생기는 단기적 손해와는 다릅니다. 장기적으로 손실이 훨씬 크고, 광범위하며, 치명적이고 오래갑니다.


    대부분의 인지 편향이 스스로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현재 편향도 그렇습니다. 의식하지 않으면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작고 확실한 것에만 집중하면서 스스로는 그것을 완벽한 행복이고 최종적인 계획이라 착각합니다. 앞에서만 웃는 인간관계에만 에너지를 쓰면서 그게 원래 가치관이고 계획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합니다. 스스로가 정한 목표와 계획의 과정 중에 있는 것인지를 말입니다. 길고 지루한 그 과정 가운데서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오늘의 나는 즐거움과 편안함만 찾고 모든 문제와 과제는 미래의 나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입니다.


    미래의 나와 협업해야 합니다. 미래의 나에게도 즐거움과 편안함을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인지하고 균형을 잡고, 내일도 인지하고 균형을 잡고 하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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