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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을 단순한 신체 활동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러닝은 정신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되어 있는 신체 활동이다. 움직이면서 하는 명상 같은 느낌이 있다. 내 몸에 집중을 하고, 몸과의 대화가 많을수록 명상의 느낌은 강해진다.
그런데 러닝을 단순한 운동으로만 생각해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같은 초보 러너인 런린이 입장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최악을 행동을 꼽아 보았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기>
보통의 스포츠는 경쟁으로 발전한다. 경쟁자를 통해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뭐든 과하면 탈이 있는 법. 지나친 경쟁심은 부상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가져온다.
특히 러닝은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하다 보면 반드시 무리를 하게 되었다. 오버 페이스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부상을 당한다. 왜 부상을 당하냐면 통제된 자기 주도적 활동과는 달리 다른 사람과의 경쟁은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닝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목표를 세우고, 점진적으로 체력과 실력을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기록에 대한 욕심>
타인과 경쟁해서 승리하는 욕구는 없지만, 자신과 싸워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어찌 보면 참 대단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과유불급이다.
심리학에 나오는 자기 결정성 이론으로 보면 러닝을 하는 동기는 내재적 동기(즐거움을 위해 달리기)와 외재적 동기(결과를 위해 달리기)가 있다. 그런데 기록에 집착을 하기 시작하면 내재적 동기가 외재적 동기로 바뀔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점점 만족감은 줄어들고 영육의 피로만 증가할 수 있다. 기록(New Record)이라는 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약화시키는 셈이다.
집착을 진정성과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집착을 버리고 자유를 택할 때 그 대상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기분 좋게 뛰는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러닝을 하는 참 의미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세운 기록은 영원한 추억거리겠지만, 그 기록으로 영원히 못 뛰게 될 수도 있다.
<무작정 함께 뛰기>
러닝에 습관을 들이기 위해 초반에 함께 달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는 사람과 페이스를 맞추어 뛰게 된다. 그런데 맹목적으로 페이스를 맞추어 뛰다 보면 자신의 페이스를 만들 수 없게 된다.
발을 맞추어 뛰다 보면 잘 달려지긴 한다. 하지만 따라 뛰는 러너는 자기 인식이 약화되어 스스로 체력 안배나 속도 조절을 할 수 없게 된다.
모든 러너는 유니크하다. 유니크한 페이스와 케이던스와 보폭과 호흡을 가지고 있다. 발을 딛는 모습도, 차는 모습도, 리커버리 하는 모습도, 팔을 흔드는 모습도, 어깨 흔들림도, 고개의 각도도 모두 다르다. 거기에 달리는 장소, 온도, 피로도, 훈련 부하 같은 요인이 추가된다. 이런 유니크함을 가진 러너들이 모여서 발을 맞추어 뛰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러너가 자신의 몸이 내부에서 보내는 신호 대신에 페이스 메이커에 의존했을 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누가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닐 테지만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쓰는 모습들이 종종 목격이 된다.
러닝은 자기 통제와 자기 신체 인식이 가능한 운동이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만의 유니크한 페이스를 만들 수 있다. 수많은 유니크함을 버리고 숫자로만 페이스를 말하려고 하는 것은 러닝을 지속하는데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초보에게 추천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지루함이다. 혼자 해도 지루하고, 동작이 단순해도 지루하다고 한다. 지루해서 못하겠다는 말을 참 많이 한다.
러닝은 지루할 틈이 없게 힘들다. 첫 발을 떼는 순간부터 힘들다. 곧 있으면 숨이 차오르고, 숨이 잦아들면 다리가 아파온다. 이런 건 힘들게 지루한 것인가? 그래서 발맞춰서 뛸 동반러너도 구하고, 안되면 러닝 크루와 함께 달리기도 한다.
그런데 초보 때는 혼자 달리는 걸 추천한다. 혼자 명상하듯 달리면서 몸이 보내는 고통의 신호를 느껴야 한다. 그 신호들로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 그렇게 '부상의 기회'를 요리조리 피하다 보면 점점 체력이 붙게 된다. 체력이 붙으면 이런저런 폼으로 달려보면서 스스로가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폼을 찾게 된다.
이렇게 서서히,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러닝이다. 그런데 초보 때 경쟁이나 집착이나 의존을 하게 되면 갑자기, 선형적으로, 급진적인 변화를 하게 되고 그것은 성장이 아니라 부상이 된다. 우리가 아프려고 달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급 런린이와 중급 런린이가 같이 달리면 둘 다 힘이 든다. 하급 런린이는 따라가느냐 힘들고, 중급 런린이는 그나마 중급까지 올린 레벨이 다시 하급에 맞춰진다. 그만큼 같이 달리는 건 힘든 일이다. 단, 고수가 되면 가능하다.
러닝은 원래 고독한 운동이다. 고독해서 낭만적이고, 매력적이다. 트랙에 혼자 와서 몸 풀고 조용히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멋있다. 무리 지어 달리는 것보다 훨씬 멋지게 느껴진다. 이곳까지 와서 달리고 있는 오늘의 서사가 느껴져서일까?
비교할 수 있는 러닝은 없다. 그냥 모두가 다 유니크하다. 그러니 그 유니크 함을 찾을 때까지 런린이라는 마음을 갖는다면 부상도 멀리 할 수 있고 빠르게 자신의 러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굿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