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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멍 Mar 14. 2024

간호사가 임신을 하고 힘든 점

난 행복할 줄 알았다

요즘에는 글이 좀 뜸했다

왜냐하면 육아휴직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아기를 2023년 9월에 출산하고 정신없이 지냈다

이런저런 핑계 같지만 정말 정신없고 멘붕이었다


그렇게 힘들던 현장으로 다시 돌아간다면?이라는 생각까지 했으니 말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대학병원 간호사로서 가장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출산휴가, 육아휴직이라고 생각했다.

일하다 보면 언젠가 30대가 될 거고 결혼과 출산을 할 테니 아기 낳고 약 1년 3개월간 돈을 받으며 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정말 내가 출산휴가와 육아 휴직을 받을 수 있었다. 이래저래 아기를 갖고부터는 나이트 근무도 빼주셨고, 2시간 단축 근무를 주 4일 동안 일하는 게 임신초기, 임신 36주 이상부터 가능했다.


행복했냐고?

힘들었다.

내가 나이트 근무를 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출근을 해야 하니 번표는 흔들렸고 나도 죄책감에 최대한 늦게 산부인과를 갔고, 아기 심장소리를 듣고, 아기집까지 보고 왔다.

보자마자 남편이 태명을 지었다며 '짜기'라고 하는데 너무 귀여웠다. 그 순간부터 아기는 우리 아기였다.

근데 참 이상하게도 아기를 가지니 나이트 때 진짜 미칠 정도로 잠이 쏟아졌고

헛구역질이 나서 힘들었다.

간호사 직업상 무리를 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아기집 근처에 피고임이 좀 많이 있다며 산부인과에서 이건 방법이 없고 쉬어야 낫는다고 했다.

어떻게 생긴 생명인데 감히 잘못되고 싶지는 않았다

임신 초기에 간간이 출혈도 있었기에 걱정됐다


수선생님에게 말했다.

선생님은 변표가 방금 다 나왔으니 이번달만 나이트 근무를 하는 게 어떠냐고 물으셨다

나이트 근무해서 잘못될 아기는 어차피 잘못되는 아기라고.

또한 아기가 잘못된 다고 해도 탓하지 말라는 약속을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임신확인서를 그 이후로 다시 떼오라고 하셨다. 서류에 누가 되면 안 되니


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계획된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그랬겠지...


그런데 그전에 나이가 좀 있는 다른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너만 생각하라고. 병원이 너 인생 책임져주지 않으니 너 아기만 생각하라고.


그래서 평소 같으면 당연히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했던 상황에서 네.라는 대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번표가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상황이니 나이트 근무는 한 달 동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알겠다고 했다.


허나 아기가 잘못되더라도 탓하지 않기로 손가락 걸고 약속하자는 약속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아기가 잘못될 운명이면 잘못된다는 말에 너무 서럽고 호르몬의 노예였는지 석식을 먹고 혼자서 얼마나 눈물을 훔쳤던지

내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속으로는'이거 고용노동부에 신고할거야 흑흑'이러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그냥 일개 간호사였다.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서 아무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은데 또 말 못 하고 친언니에게 전화 걸어 울면서 말하니 나보다 더 화내 주었다. 그러니까 또 빙긋 웃음이 났다


내편이 있구나


그리고 그날 밥 먹고 올라갔는데 수선생님께서 저녁 7시쯤 전화 오셨다. 아무래도 마음이 찝찝해서 안 되겠다며 번표를 바꾸겠다고 하셨다. 나이트도 빼주시고...

그 이후에도 선생님은 2시간 단축근무도 잘 챙겨주시고, 아기 가진 상태로 결핵환자는 보지 않도록 배려해 주셨고(결국 임신 중 코로나는 걸렸지만) 서류작성도 많이 도와주셨다.


다시 생각해도 아기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손가락 걸고 약속을 안 한 건 정말 잘한 것 같다. 그때 당시 내 느낌으로도 온몸은 피로를 호소하고 잠을 호소하고 회복을 추구하고 있었던 걸 절실히 느낌이 왔었다


사실 간호사라서가 아니라 다른 직업에서도 유산뿐 아니라 많은 일이 있겠지만 나 다음 간호사도 임신을 했는데 워낙 성격이 좋아 나이트도 한 달 더 하라 해서 하고 했었다.

입덧으로 입덧약을 하루 네 번 먹었는데 다른 선생님이 그랬다고 한다. '너 그렇게 별나게 구면 아기도 별나다'

그런데 임신 16주쯤에 유산이 되었다. 딱 안정기에 들어가는 시기에 유산이 되었고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을까? 갑자기 연락해 봐야지 하고 연락한 날 '저 지금 애기가 가망이 없어서 보내주기로 결정했아요. 집에 갑자기 있다가 양막이 다 나오고.. 양수도 없고 그래서.. 보내주기 했어요' 이야기를 듣는데 내가 펑펑 울었었다.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저출산?...


아기를 가지고도 힘들었지만 아직도 시대적인 분위기는 남편은 육아휴직을 못쓴다.

현재 정책은 남편이 6개월 육아휴직해야 아내도 1년 6개월? 육아휴직이 가능하다던데 ㅋㅋㅋㅋ

무슨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써내놓은 건지 모르겠다.

현실은 남편은 육아휴직 갓다오면 책상이 없어진다는 게 댓글에 수두룩 빽빽...


정말 할 이야기는 너무나 많지만 이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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