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피코코엄마 Mar 09. 2018

프롤로그: 토피, 코코와 가족이 되다

고양이와의 첫 만남은 2014년,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와 혼자 산지 갓 1년이 되었을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제가 살던 아파트는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울 수 있는 곳이었지만, 입주할 당시에는 미국 생활과 대학원 생활 적응에 바빠 반려동물을 키울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주변 지인분의 부탁으로 지인분의 고양이를 한 달 제 아파트에서 맡게 되었습니다. 그때 고양이의 매력도 조금 알게 되고 호감이 생기게 되어, 생활 좀 더 안정되면 고양이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 생활의 풍파를 거쳐 2016년 2월, 미국에서 최소 2-3년은 더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기게 되자 저는 바로 생각만 해오던 반려동물 데려오기를 실천에 옮기게 됩니다.


미국에서 고양이를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일 것 같습니다.

1. 보호소에서 고양이를 데려오기.

2. 길고양이를 구조해서 (간택당해서?) 키우기.

3. 크레이그 리스트나 페이스북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서 개인대 개인으로 고양이를 데려오기.

저는 어린 고양이를 키워서 서로에게 서로가 맞춰지길 바랬고, 그래서 새끼 고양이가 거의 없는 보호소보다는 크레이그 리스트를 통해서 새끼 고양이들을 알아봤습니다. 사이에 검은 여자 고양이와 연이 닿을 뻔했지만 한번 엎어지고, 그렇게 2-3주의 시간이 흘러 인근 지역에서 입양이 가능한 새끼 고양이 주인과 연락이 닿게 됩니다. 

입양오기 직전의 토피와 토피의 누님(?). 좋은 곳에 입양가 건강하기를...

(지금 다시 보니 배고프고 힘든 고양이 같은데 왜 한눈에 반했는지...)

사진의 노란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하고, 한 시간 반 먼길을 달려 시골 동네의 고양이가 엄청 많은 한 집에서, 토피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토피는 저희 집에 처음 와 하룻밤을 밤새워 울며 탐색을 했고, 저희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전 주인은 이메일에서 여자아이라고 수의사 선생님을 만났다고 말했었지만, 사실 토피는 남자아이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런 털 색의 고양이는 95%가 남자아이입니다). 안타깝게도 토피는 그전에 보호소를 전전했고, 보호하는 고양이가 많은 집에서 와서 그런지 잔병치례를 많이 했습니다 (새끼 고양이의 입양 기준과 더 자세한 건강관리 이야기는 본편에서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병원에 둘러업고 뛰고, 약 먹이고, 씻기고, 우여곡절 끝에 밥을 잘 챙겨 먹인 결과 토피는 목은 짧지만 아주 예쁜 미묘가 되었습니다.

만 6개월정도때의 토피. 사진속의 우드스탁을 애착인형으로 삼아 동생이 들어오기 전까지 물고 잘 놀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시 스튜디오에 혼자 살고 있었고, 집에서 최대한 일을 많이 한다 해도 박사 학생으로써 수업과 미팅 때문에 학교에서 일정 시간 이상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올 때마다 토피가 안길 때 미안한 마음이 무럭무럭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것은 개묘 차가 심한 거였습니다... 이 또한 본편에서 나중에 다루겠습니다). 그리고 개인적 생각으로 고양이가 혼자이면 너무 사람 같아지는 것이 싫었던지라, 어차피 고양이 집으로 준비를 얼추 해놓았으니 한 마리 더 들일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습니다. 토피 (넛) 라테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 하얀 고양이를 들이고 싶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노래 노래를 부르고 다녔습니다.


입양 당일의 코코. 제 손은 크지 않은 편인데, 정말 손바닥만했습니다.

그렇게 크레이그리스트와 보호소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만 하던 어느 날, 토피 진료 때문에 동물병원에 갔다가 수의사 선생님에게 상담을 했습니다. "닥터, 우리가 토피 말고 한 마리를 더 들일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성격상 괜찮을지 고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닥터는 저희에게 "우리가 마침 오늘 새끼 고양이들을 구조했는데! 한번 보지 않을래?" 라며 저희를 병원 안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코코가 있었습니다. 코코는 동물병원 근처에 길고양이 어미가 낳은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였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은 차가 많은 곳이라 어미 고양이가 로드킬로 사망하게 되고, 병아리 같은 새끼 고양이들이 간신히 구조되어 병원으로 구조돼 온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예상치도 못하게 새끼 고양이들을 만나게 되고, 하룻밤 고민 끝에 남자아이들 데려오겠다고 병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남자 고양이와 여자 고양이는 제법 다른 편인데, 입양 및 새끼 편에서 함께 다루겠습니다). 너무 작고 어려서 무서우니 조금만 키워달라고, 분유만이라도 떼면 그때 바로 데리고 가겠다고 부탁했고, 테크니션분께서 잠시 맡아서 관리를 해주셨습니다.


그로부터 2주 뒤, 젖을 먹는 단계를 간신히 떼었다는 전화를 받고 저는 코코를 보러 친구와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사실은 토피와 대면을 시켜주고 나서 며칠 뒤 데려가려고 계획했었는데, 마음을 바꾸어 그날 바로 코코를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약 박스 같은 곳에 코코를 담아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마징가귀 토피... 낯선곳도 싫고 다른 고양이도 싫어!


너, 내가 너무 작고 어려서 봐주는거야!

몇 시간 정도는 토피가 코코를 쫓아다니며 한대씩 때려주긴 했었지만, 결국 너무 작은 새끼 고양이에게 모질어질 수 없었던지 폭 안아주었습니다. 그렇게 토피와 코코는 형제가 되었습니다.


코코는 너무 어려서 몇 시간마다 건사료를 불려서 먹여줘야 했습니다. 그래서 워크샵 중에 집에 뛰어가버린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픈형 화장실도 올라가기 어려워해서 제 전공서적으로 계단도 만들어 줘야 했습니다. 고양이로써 배워야 할 부분들은 안타깝게도 어미에게서 배우지 못했지만, 감사하게도 토피가 붙잡고서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렇게 원숭이 같던 코코는 무럭무럭 자라나 꼬리부터 팔 끝까지 1미터가 넘는 고양이가 되었고, 지금은 형아를 긴팔로 마구 때리는 멋진 고양이로 잘 성장했습니다. 성묘가 된 사진은 본편을 위해 아껴두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저희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거의 제 마음대로 입양을 해왔는데 구남친/현남편이 잘 이해해주고받아줘서 네 가족이 되었고요.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기 위해 더 쾌적하고 학교에서 멀어진 집을 구해 이사도 했고요. 사이사이에 고양이뿐만 아니라 저까지 크고 작은 풍파들을 거쳐왔습니다. 


그동안 고양이를 키우면서 인터넷에서 많이 검색도 하고 정보도 얻었는데, 최근들어 제가 얻은 경험 또한 남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제가 고양이 집사가 되고싶은 분들과, 또는 저와 저희 고양이들이 겪어왔던 병들을 처음으로 겪게 되시는 분들을 위해 짧은 지식이나마 적어보려 합니다. 혹시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저희는 미국에 살면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한국에서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 그 차이는 잘 모를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180304

프롤로그 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