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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피코코엄마 Aug 21. 2018

본편(11): 그래서, 여태까지 얼마 쓰셨나요?

내(그리고 고양이들 아빠의) 피땀 눈물........

지난 주 에 제가 드디어 정전 박사가 되었답니다! 마무리를 한 뒤 휴식을 취하면서도 머릿속에 떠오르던 꼭 하고 싶었던 바로 그 일, "지금까지 아들 두 놈에게 얼마 썼는가"를 한번 준비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희 예상보다 최소 $2,000 이상이 더 들었습니다. 녀석들을 키우면서 나름 과소비는 안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어차피 나갈 비용 자꾸 계산하지 말자고 생각해왔었는데 학교에서 풀 서포트를 받는 박사X박사 부부로써도 감당하기가 좀 부담스러울 만큼 나갔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저희가 여력이 있었고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이 있을 때 만났음에 감사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간단하게 비용 산출 과정에 대해서 먼저 적어보았습니다. 

제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미국 북동부입니다. 중견도시이기 때문에, 대도시 (뉴욕, 보스턴) 보다 상대적으로 물가나 비용이 저렴한 편입니다 (특히 병원, 고양이 호텔, 집에 고양이를 들여서 키움으로 인한 추가 housing cost에 있어).

대부분의 결제를 online 구매와 신용카드로 진행했기 때문에 statement와 order history를 중심으로 비용을 계산했습니다. 하지만, 부부가 둘 다 일부 신용카드를 해지했기 때문에 정확한 기록을 뽑을 수 없었던 구매/지출의 경우 기억나는 대로 대충 비용을 추산했습니다. 그러므로 현금으로 구매한 소소한 구매내역이나 (e.g., 코코가 토했던 어느 날, 병원 추천에 따라 집에 없는 날리는 쌀이랑 닭고기 사서 밥해줬는데 안 먹어서 사람이 다 대신 먹음 ㅠㅠ, 캐나다 월마트에서 고양이 장난감이랑 까까를 사줌, 등등) 일부 비용들 (i.e., 실제 비용 - 추산 내역), 그리고 병원비가 누락되었을 것 같습니다.

Hidden cost가 꽤나 많이 존재합니다. 고양이를 친구분 댁에 맡길 때 인사를 드리기 위해 샀던 pet shop giftcard, 돌아와서 감사한 마음으로 갔었던 식사대접 등이 빠져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구매해 온 장난감과 트릿 비용들도 모두 빠져있습니다.

다만, 추산된 모든 비용을 토피와 코코가 순수하게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넷이나 다른 분들의 추천에 의하여 샀는데 편식이 심해서 막상 뜯고서 다른 분들 드리거나 기부한 적도 제법 있었고 (e.g., freeze-dried nuggets), 장난감도 안 좋아해서 몇 번 굴려주다가 먼지가 쌓여서 갖다 버린 적도 많습니다. 

Medicine의 경우 순수하게 제가 추가 구매한 의약품입니다. 병원에서 챙겨 준 약품들은 병원비로 포함시켰습니다.

필수품은 고양이모래+화장실+가구(캣타워 등등)+물그릇 밥그릇+샴푸+고양이 캐리어+기본 장난감 등등을 모두 포함하고, 낫 필수품은 말 그대로 필요하지는 않은데 제 욕심으로 산 제품들이나 (e.g., 코스튬) 여행을 가야 해서 사봤던 자동급식기/급수대 (안 씁니다 ㅠㅠ), 그리고 카펫 집의 특성으로 인해 필요했던 특수 청소용품비를 포함합니다. 단, 그 이외에 고양이도 필요로 하고 주인들도 필요로 한다 하는 제품들의 비용은 모두 뺐습니다 (e.g., 청소기, 돌돌이, 공기청정기, 벌레 잡는 전기 흐르는 라켓 등등).

토피 입양비용은 $25였고 코코 입양비용은 $0이었으나, 사육비용이 아니므로 제거했습니다. 또한, 제 알러지 치료비용은 불포함되었습니다. 

근래에 찍었던 사진 중 가장 인상깊은 사진입니다. 토피가 구내염이 살짝 더 진행되어 홈케어를 여러가지로 진행하고 있는데, 스케일링으로 아직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래서, 본론으로 가보죠. 아래 차트는 제가 추산할 수 있었던 내역들을 요약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병원과 호텔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네요. 먹는 것들과 필수품이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가 지금까지 사용한 비용 총액은 얼마냐? 총액 대략 $8,900 정도 됩니다. 환율로 계산해 보면.... 천만원이네요. 웃음만 나옵니다. 상견례하는 날부터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을 싫어하셨던 (그러나 지금은 어쩔 수 없어 예뻐하시는) 양가 부모님께 꼭 들키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이 드네요. 

기존 글을 보셨으면 아셨겠지만, 저희는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뽑기운이 좋지 못한 편입니다 ㅠㅠ. 기록을 들여다보니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남들보다 더 큰 비용을 소비하게 되었는데, 1) 토피 구내염 (곧 오는 가을에 스케일링 예정이고, 앞으로 더 큰 추가 비용이 들 것이 예상됩니다), 2) 코코 요로결석 수술, 3) 지난가을 벼룩 대전으로 인한 고양이들의 지출내역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벼룩 치료를 위해 사람이 사용한 비역은 제거했습니다). 각기 ~$800-$1500을 사용했으니, 건강한 고양이를 잘 데려오셔서 깔끔하게 관리해주셨으면 $4,000 정도는 빼고 생각하셔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대략 고양이 두마리를 적당하게 키우기 위한 모든 비용으로 연간 $1,500정도를 잡으시면 될 것 같으네요.


이런저런 역경들을 고양이들과 함께 지나오고 카드값을 덮을 때마다, 우리가 이 녀석들에게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에게 종종 "우리가 이 애들을 안 키웠으면 돈을 아꼈을까?"라고 묻곤 했었는데, "아마 아니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심적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여행을 더 갔을 수도 있었겠고, 외식을 더 하거나, 뭔가를 더 사들였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저희는 이 아이들을 만나 많이 얻었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함께 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군가가 나만을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 것을 온전히 내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같은 것들을 말입니다. 같은 돈을 소비해야 한다면, 저는 지금 얻은 것들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아직 앞으로 변화하게 될 것들도 많이 기다리고 있고,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점도 많지만 말입니다.

원조 엄마 냐옹이랑 가끔만 엄마 냐옹이 :) 머리통만 봐도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엄마인 제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진중 하나랍니다.


처음 제가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할 때 제가 써보고 싶었던 시리즈들은 이번편으로써 대략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글을 쓰고싶은지 생각도 해 볼겸, 다음 편은 외전 격으로 박사를 마치는 소회에 대해서 간략하게 적어보겠습니다.


20180820

토피코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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