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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피코코엄마 May 04. 2018

본편 (6): 편식과 폭식 사이

저번 글을 쓰고서 빠른 시일 내에 돌아와야지, 정말 쓰고 싶었던 두 번째 주제이니까 라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이런저런 해프닝들이 많이 벌어졌습니다. 코코가 한쪽 눈을 자꾸 찡긋찡긋 하길래 "얘도 결막염인가..! 너무 늦게 알았으면 어쩌지" 하고 병원에 달려갔는데, 그냥 뭐가 불편했는지 윙크를 자주 한 것뿐이었었고, 다른 고양이 둘이 잠시 탁묘를 오게 되면서 네 마리의 고양이를 저 혼자 맡느라 넋이 나가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힘들었지만, 고양이 세마리가 뭉쳐서 자는 모습은 보람이고 사랑입니다♡ 

일부러 식이습관 편에서 쓰고 싶어서 토피와 코코의 식습관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는데, 위의 제목과 고양이 크기 차이에서 유추하실 수 있으시듯이 토피는 편식 고양이이고, 코코는 폭식 고양이입니다. 토피와 코코가 이토록 다른 고양이로 성장한 데에는 유전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저의 무지함 또한 크게 한몫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본편은 저의 반성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 또한 어렸을 때 편식을 정말 심하게 했었으니 제가 고양이들의 식이습관을 탓하는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하기도 하지만요.


제가 토피와 코코를 키우면서 잘못했던 점은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토피가 어렸을 때 "사료의 적정량을 몰랐다"는 점입니다. 처음에 고양이를 데려왔을 때, 저는 새끼 사료의 적정량은 40그람 또는 종이컵의 2/3이고, 고칼로리 사료이니 너무 많이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무게에 대한 감각이 없었고, 저희 집에 있었던 컵은 자판기에서 커피와 율무차를 파는 작은 종이컵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거의 뼈밖에 없는 고양이를 데려와서, 정량의 반 정도 되는 먹이만을 주면서 한 달을 지내왔습니다. 그 사이에 토피는 어떻게든 살겠다고 제가 요리하는 도중에 필사적으로 고등어나 키쉬를 훔쳐먹으려 하기도 하고, 음식을 담아놓은 통을 열려고 노력하기도 했죠. 한 번은 자율 급식을 하는 남의 집에 놀러 가서는 다른 고양이들이 하악질을 하는데도 십 분 동안 먹이통에 코를 박고 밥을 먹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상함을 여러 번 느낀 다음에야 저는 저울을 샀고, 부랴부랴 먹이를 더 많이 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어릴 때 사진을 보고 있는데, 아직도 정말 미안하네요....

살려주세요, 엄마가 밥을 잘 안줘요...!! 사람음식만 보면 어떻게든 한입 먹으려고 노력했던 4개월 토피입니다.

그러나 위의 실수를 깨달음과 동시에 다음 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토피에게 계모가 된 것 같은 미안함을 만회하기 위해서 로열 캐닌 새끼 사료를 다 먹이자마자 온갖 고양이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좋다는 사료들을 모두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 즈음에 토피의 구내염을 알게 돼서, 입이 아프면 사료를 잘 못 먹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자 더 필사적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건사료만 해도 저렇게 종류가 다양한데, 미국에 있고, 습식사료에 트릿까지 모은 저는 얼마나 더 많이 모을 수 있었을까요. 어떻게든 토피의 살을 포동포동하게 오르게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홀리스틱과 올가닉 사료를 여러 가지 맛으로 사들이기 시작했고 한 달에 두세 번씩 다른 사료와 음식을 주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을 통해 토피는 해산물, 특히 연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은 좋은 점이었지만, 이 과정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가져왔습니다. 하나는 사료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적응을 하기가 어려워 점차 편식이 심해진다는 점이고, 둘은 끝내 먹기를 거부하는 사료나 캔 등이 생기게 되면서 더 많은 것들을 구매해야 했다는 점입니다. 다행히 코코가 편식을 하지 않고 모두 잘 먹는 고양이였지만 혼자 처리할 수가 없어 주변 고양이 집에 나눠주기도 하고, 기부도 많이 했습니다. 차라리 고양이의 입맛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면 좋은 사료를 골라주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바꾸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을 텐데 토피의 입맛을 더 까닥스럽게 만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고양이 사료등급표. 한동안 한국과 미국의 다양한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사료공부를 많이 했었습니다. 지금은 졸업했지만요 (출처: https://mtockey.blog.me/).

세 번째로는 고양이들 간에 식이습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를 처음부터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토피와 코코는 엄마 아빠가 다른 고양이인 만큼 성격도 다르고 크기도 다릅니다. 즉, 입맛과 밥을 먹는 습관 등도 얼마든지 다를 수 있는데, 저는 토피와 코코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이 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형님 고양이인 토피가 살이 잘 찌지 않는 작은 고양이였으니, 처음에는 무제한 자율급식을 시행했고 간식이나 캔만 따로 주곤 했습니다. 그러나 코코는 사실 입맛이 매우 좋고 뱃고래가 매우 큰 고양이여서 새끼 고양이의 모습을 벗어나면서부터 토피의 모든 것을 뺏어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토피는 눈치를 보면서 밥을 먹다가 그만두기를 여러 번 했고, 코코가 무서운 속도로 무럭무럭 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저희는 의사 선생님의 경고를 받고 자율급식을 폐지하고 제한급식으로 시스템을 바꿨지만, 그때 찐 살이 아직도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흔히들 고양이의 80프로는 자율급식이 가능하고, 15프로는 돼지 고양이가 되고, 5프로는 편식을 하고 입이 너무 짧다고들 했는데, 저희는 15프로와 5프로가 함께하고 있네요. 첫째 둘째를 가리지 않더라고 확률상으로 1.5프로밖에 되지 않습니다. 집사 입장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슬픈 일이네요..... 지금은 다른 이유로도 자율급식을 할 수 없지만요.

여기에 (살을 빼야 할) 범인은 둘이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해결을 하지 못하고 고전 분투하고 있는 마지막 실수는 두 번째 실수의 연장선상입니다. 코코처럼 그저 사료와 간식을 주면 마냥 행복해서 한알 남김없이 싹싹 잘 먹는 반면에, 편식을 하는 고양이는 때로는 단호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는 점입니다. 토피는 제가 왕자님처럼 키워서일까요, 간식이나 캔을 먹고 싶은데 주지 않으면 서라운드가 잘 되는 화장실에 가서 고성방가를 하기도 하고, 단식투쟁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이것이 [편식]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설마 입이 아파서 그런 걸까", "사료가 맘에 들지 않아서 그런 걸까"라고 생각하면서 토피가 먹었었던 모든 사료와 캔들을 동원해서 한입이라도 먹이려고 사료그릇을 흔들면서 하루 종일 쫓아다니기도 하고, 건사료 없이 (식사용) 캔으로만 밥을 먹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저희가 여행을 가야 해서 탁묘를 부탁드린 적이 있었는데, 남의 집 건사료를 마냥 잘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깨달았습니다. "이 녀석이 엄마를 휘두르고 있었구나...!"라는 것을요. 


저희는 모든 고양이 주인님들이 그러하듯 토피를 적당하게 토실토실하면서도 편식을 하지 않는 고양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마냥 단호해질 수는 없는 것이, 때로는 토피가 떼를 쓰고 투정을 부리고 있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릇이 너무 더럽거나, 사료가 눅눅해져 있거나, 엄마가 관심을 너무 오래 안 가져줘서 화났거나, 아니면 사료가 맛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를 구별하기 위해서 저와 토피아 빠가 이 귀엽고도 잔망진 녀석과 당근과 채찍이 난무하는 두뇌싸움을 매일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찍은 사진인데, 적당히 토실토실하면서도 귀여움이 담겨있어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사진입니다 :)


이렇게 쓰고 나니 초보 집사였을 때 저질렀던 실수들에 대한 반성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실수를 최대한 줄여나가면서, 완급조절을 잘 하면서, 노력해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사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지만, 어느새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날씨에 꼭 맞는 다음 주제, "벼룩" 편으로 빠른 시일 안에 돌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80504

토피코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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