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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윤 변호사 Feb 19. 2022

점을 찍다 보면 언젠가 그 점들끼리 연결될 날이 온다

우리, 부지런히 여기저기 점을 찍어보자.

여성 변호사로서는 드물게도(아니, 생각해보니 당시는 전체 변호사들 중에서도 드물었다), 나는 게임 분쟁 전문 법무법인에서 변호사 일을 시작했다.


워낙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최신 게임기가 있던 우리 집은 늘 게임의 아지트였다. 내가 집에 없을 때 친구들이 우리 집에 와서 게임만 하고 갈 정도. 울 할머니가 친구들 짜장면 많이도 시켜주셨다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게임 분쟁 전문 법무법인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주로 아케이드 게임 분쟁을 다루었는데, 온라인 게임 분쟁도 꽤나 다루었다. 당시 아이템매니아, 아이템베이 이용자들과 만날 일도 상당히 많았고.


생긴 지 얼마 안 된 게임진흥법령을 뜯어보고, 관련 판례를 섭렵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게관위)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서 의미 있는 승소도 해서 게관위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까지 했었다. 게임 관련 단체와도 꽤나 소통했고.


금방 게임 전반적인 분쟁을 습득해서 대표변호사님께서 나에게 다 넘겨도 되겠다는 말씀까지 하셨는데, 당시 나는 더 이상 게임 분쟁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법무법인을 나와 개업하게 되었다.


개업하고 나서는 게임 관련 사건을 거의 만날 일이 없었다. 스타트업, 벤처 자문을 시작했지만 맨땅에 헤딩이었다. 어쏘 시절부터 관련 전문영역 잘 다지고 나와서 순탄하게 개업해온 다른 변호사들이 부러웠다. 예를 들어, 이혼 전문 로펌에서 어쏘로서 사건 많이 다뤄본 후 이혼 전문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


내가 어쏘 때 다룬 게임 관련 사건들은 내 변호사 이력에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에 한동안 힘들었다.

중요한 시간을 허비한 듯하여.


그런데 신기하게도 스타트업, 벤처 자문을 하면서 게임 관련 자문을 할 일이 늘어나고 최근에는 P2E 게임이 핫해지면서 이에 대한 자문도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에 게임 요소가 들어가다 보니 게임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지가 문제 되는 것.


그렇다 보니 게임 분쟁을 다루던 예전의 경험과 학습했던 것들이 이제 와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저 멀리 동떨어져 있던 점이 계속 찍어왔던 점들과 자연스레 이어지는 신기한 경험.


그래서 더더욱 열심히 점을 찍어봐야겠다 싶다.

그동안 찍어왔던 점들과 가까이에도 계속 찍지만 동떨어진 곳에도 찍어봐야겠다.

동떨어진 곳에 찍힌 점과 기존에 몰려있는 점이 언젠가 선으로 이어졌을 때, 또 다른 차원의 확장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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