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적으로만 경험하시라는 마음에서.
소송사건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게 되기에, 최근 진행한 것 중 몇 가지를 공유해본다.
구체적인 사안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원고가 문제 삼는 물품과 피고가 제작한 물품의 생김새가 거의 동일하기에, 과연 방어가 잘 될지 끝까지 불안했던 사건. 결과적으로 완벽히 방어한 셈인데, 여기서 또다시 깨달은 점.
일단 문제의 큰 덩어리로 봤을 때 해결방법이 잘 보이지 않고 막막할 때는 그 문제를 최대한 잘게 쪼개 보자. 쪼개고 쪼개 보면, 분명 어딘가에는 약한 부분 또는 구멍 난 부분, 즉 weak point가 있다. 그걸 찾아서 강력한 송곳(=단단한 논리)을 만든 후 집요하게 뚫고 또 뚫어보자. 그러다 보면 그 작았던 weak point가 점점 더 크게 부각되면서 어느덧 판세가 내 쪽으로 기울 수 있다.
일단 계약서부터 너무 허술하게 썼다. 투자금 반환을 인정받을만한 논리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니, 누차 말하지만 계약서부터 철저하게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라는 게 본능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선택적으로’ 기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본질 또는 핵심을 찌르는 주장은 대개 ‘간단명료’하다. 그밖에 미사여구로 아무리 치장한들 군더더기일 뿐이다. 상대방이 나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아무리 다양한 주장으로 공격을 한다고 해도(이 사건의 경우 상대방 변호사는 나에게 ‘기본적인 법이론에 대한 이해조차 안 되어 있다’라고까지 했다.) 그 무의미한 공격에 굳이 에너지 쓸 필요 없다. 그 시간에 내 주장과 논리가 더욱 선명하게 어필되도록 집중하는 것이 낫다.
주위에 구구절절 말 많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어보자. 과연 핵심을 찌르고 있는지. 핵심 없이 그 주변에서 애매하게 맴돌고만 있는지. 핵심을 모르면 중언부언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당사자 간 명확히 합의하여 이를 문서화하는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이상, 나 혼자 이해한 내용대로 상대방도 동일하게 이해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자.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입장이 다르기에, 동일한 사실관계라고 하더라도 각자 받아들이는 것은 다를 수 있다. “분명히 제가 상대방한테 그때 말했고, 상대방도 알았다고 했어요!”라며 억울해 하지만 그 또한 상대방이 나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동의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상대방과 어떠한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나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설명을 해야 하고 상대방이 그에 대해 확실히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어떤 식으로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를 간과하고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 입장에서 ‘상대방이 그때 분명히 동의했는데 말을 바꾼다!’고 하지만 상대방이 말을 바꾼 게 아닐 수도 있다. 애초에 서로 이해하는 바가 이미 달랐던 것일 수 있다.
어쨌든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서 벌어진 일들이기에, 변호사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