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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강의가 될지도 몰라

반찬값이라도 벌며 글쓰는 삶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히 있지만...

by 책사랑꾼 책밥

시스템에 나를 집어넣어야만 책 읽기도 글쓰기도 그나마 시늉이라도 내는 편이라 어떻게든 마음이 이끄는 곳에 참여하곤 한다. 그러다 내가 직접 이끄는 모임은 어떤 모습이고 누가 올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사부작글쓰기'라는 온라인 모임이다. 인생 처음은 아니었고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에도 온라인 독서모임을 짧게 운영해보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아직 운영자로서 인사이트가 부족한 것 같아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미약했달까.


아무튼 '사부작글쓰기'모임으로 인연이 된 그녀가 뜻밖에 연락을 줬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운영되었던 '책바침'독서모임에서 공저를 출간했었다. 첫 시작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 독서모임이었고 지역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다고 블로그로 문의해 오는 일이 많아지다가 일반인들이 한데 어울렸다. 공저를 내는 일이 꿈만 같았다. 개인 저서를 준비하다 엎어져서 의기소침해 있었다. 아직 나란 사람의 필력은 갈고닦는 시간이 꽤나 필요해 보였다. 어쩌면 공저가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이 출간되고 가족과 모임 사람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며 애쓴 보람이 있구나 느꼈다. 졸필이었지만 기세를 몰아 꾸준히 쓴다면 인세로 밥 벌어먹는 전업 작가까진 아니어도 반찬 값 정도는 벌 수 있는 작가의 꿈이 커졌다. 그 뒤로 독서모임 보다 글쓰기 모임에 참여 횟수를 늘렸고 책 읽을 때도 편집자나 작가 모드로 접근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잘 읽지도, 쓰지도 않는 사람이다. 점점 꿈의 풍선 바람이 슈우웅 빠지고 있던 중 '사부작글쓰기'모임에서의 그녀 연락이 불씨를 틔웠다.


지금부터 그녀를 '영 님'이라고 부르겠다. 영 님은 현재 학부모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얼마 전 다른 독서모임에서 공저를 출간한 신인 작가가 되었다. 나와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A4 한 페이지 분량의 글을 쓸 때 문단 나누기를 배우고, 한 문단에 하나의 주제만 담을 것, 여러 에피소드를 한 번에 다 보여주려고 하지 말 것, 맞춤법 검사는 기본으로 할 것을 처음 안 사람이다. 굉장한 독서가였지만 평생 글이란 건 써 본 적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전문 편집자이거나 노려한 글쟁이는 아니지만 영 님이 나를 선택해 글쓰기를 배운 데는 이유가 있었을 테다. 모임비가 저렴했거나 가볍게 접근할 수 있어서였다. 영 님과 같은 지역에 살았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나 피드백이 가능했다.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바탕으로 영 님이 그동안 써온 글보다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성심껏 지도했다. 그런 노력이 통했던 걸까. 이번에 영 님이 운영하는 학부모 독서모임 멤버들과 공저를 쓰려고 한다는 소식이다. 그들 역시 한 번도 글을 써본 경험이 없는 터라 내가 참여했던 공저 책을 모티브로 책을 쓰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앞에도 언급했지만 졸필로 쓴 내 첫 책이라 자랑스럽게 내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갖고 있는 여분의 책이 있으면 구입을 하겠다고 해 한 권은 선물로 주고 세 권을 판매했다. 중고책 가격에 판매하면서도 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지 혹시 공저에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부르라고 했고 그들을 위해 한 시간 강의를 부탁했다. 일단 수락은 했지만 누군가의 꿈을 위해 내 경험을 강의로 전달하는 건 처음이라 무척 떨리고 긴장되고 걱정이 크다. 공저 출간 말고는 아직 아무것도 아닌 내가 그들에게 무슨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하는 자기 검열이 일어났다. '그냥 편안하게 동네 언니와 글쓰기에 대한 수다 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아냐 아냐, 그래도 영 님이 부탁한 건데 가볍게 생각해선 안되지, 아 몰라 괜히 수락했나?' 하루에도 몇 번씩 온갖 생각이 교차하다가 벌써 디데이 하루 전이다. 두둥.


단 한 번의 강의로 끝날 수도 있지만 짧으면 짧은 한 시간을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내 글쓰기 불씨도 함께 그들과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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