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아홉 시 이후에 집에 올 때면 제일 먼저 주차 자리 걱정부터 든다. 오후 다섯 시부터 이중주차를 하기 시작할 만큼 주차공간이 협소하다. 주민들이 민원이 많고 최근 전기차 충전 구역이 늘어난 뒤 더욱 자리가 없어서 난린데 왜 늘린 거냐고 반발이 심했다. 그것 때문에 자리가 없을 정도보다 얌체로 미등록된 차량을 방문증 없이 마구마구 대는 일 때문인 것 같은데 전기차를 타는 사람으로서 괜히 싸잡아 욕먹는 기분이 꽤나 불쾌하다.
아이들 학원 마치는 밤 10시엔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가 되어 빈자리 찾느라 지하주차장을 두 바퀴 이상은 돌아야 한다. 비좁은 주차장 코너에 대형 세단이나 9인승 차량이라도 있으면 앞뒤로 왔다 갔다, 핸들을 돌리며 곡예 운전을 해야 된다. 행여 남의 차를 긁기라도 하면...... 윽.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내 카드 긁히는 소리가.....
겨우겨우 성적을 유지하려고 학원에서 곡소리 내며 공부하는 아이와 집에 왔다. 오늘도 주차장 빈자리를 찾아야 한다. 비상 깜빡이를 켜고 시속 15킬로로 천천히 눈은 전방주시하되 최대한 넓은 시야로 제발 한자리만 나와달라고 기도한다.
옆에 앉은 딸이 혹시 피곤할까 봐 먼저 집에 들어가라고 해도 음악이나 더 들으면 된다고 굳이 같이 있어주겠단다. 그래. 이참에 드라이브하는 거지. 주차장 드라이브.
점점 나랑은 말도 안 섞고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느라 서운하던 참이었는데 잠깐이지만 주차장 빈자리 찾느라 같이 있는 게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른다. 엄마 껌딱지였던 아기는 어느 별로 갔을까? 집 앞 놀이터도 혼자 가기 싫어했던 아이였는데 훌쩍 커버린 아이가 적응이 안 된다.
짧은 주차장 드라이브를 마치니 다시 자기 방에 들어가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갔다.
매일밤 주차 전쟁은 치르지만 모녀전쟁은 없으면 좋겠다. 좋았던 주차장 드라이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