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모모쌤의 독서테라피>
SNS의 세계에 들어온 지 어언 일 년.
아날로그 상담심리사가 책을 쓰게 되기까지의 리얼 발품 다큐~
이번에는 디자인팀과 교정샘을 만난 이야기입니다.
주어진 제 공간에서 상담을 하고 ‘책을 읽던’ 저를 들쑤셔서 ‘책을 쓰게’ 한 건 동생님이었어요. 본인도 망고보드 교재를 쓰고 있었기에 직접 출판사를 차리겠다고 하더군요. 출판사 대표님이 된 동생은 열심히 디자인팀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얼앤똘비악(Earl & Tolbiac)’이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블로그와 인스타 등을 찾아보니, London의 Earl’s Court 지하철 역 부근에서, Paris의 Tolbiac 지하철 역 부근에서 꿈을 키우던 두 명의 크리에이터가 만나 만든 Graphic Design Studio이었어요. 이분들은 사무실을 좀 독특하게 꾸며놓았더군요. 빅토르 최의 옷을 입은 뭉크 인형에서 프레디 머큐리와 수많은 피규어들이 가득해서 ‘작은 박물관’ 같다는 인상을 받았답니다. 팀장님은 손수 진한 향기의 커피를 내려주셨고, 사과 탄산음료에서 미제 초콜릿까지 다정하고 섬세하게 배려해 주셨어요. 맨소래담 로숀의 향과 커피 향이 묘하게 섞여 디자이너의 고단한 작업을 가늠할 수 있었어요. 작업실 한 쪽의 성능 좋은 스피커에서는 재즈가 흐르고 있었는데, 이분들은 재즈와 클래식을 들으며 작업하신다고 해요. 역시 디자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감각적인 예술성과 직관력이 있는 분들이 하는 것이구나 싶었어요.
이분들과 만나 처음 한 일은 책 표지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정하는 거였어요. 저는 이 책을 쓴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지요.
프로그램 기획과 업무 스트레스로 힘겨운 학교상담사나 전문상담교사, 초중등 교사들에게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독서치료 교재를 제공하고 싶어요. 이 분들이 아이들의 눈을 한 번 더 바라보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표지 디자인을 담당한 김문교 팀장님이 작업 노트에 뭔가를 쓱쓱 그리시는 겁니다. 한 손을 귀에 가져다 대는 얼굴 그림이었어요. 제가 한 이야기를 바로 디자인에 반영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장 자크 상뻬의 그림을 좋아하는 저는 ‘여자 니콜라’의 이미지를 그려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래서 탄생한 표지 이미지가 바로 이겁니다.
저는 오랜 시간 독서논술, 독서치료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 어른들과 다양한 독후활동을 해보았어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자료를 모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교재를 쓰려고 맘먹은 이후부터 수업 자료를 스캔하고 저장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무릎을 칠 정도로 감동적이고, 눈물 나게 웃긴 작품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 보면 그 친구들과 함께 지내온 세월 덕분에 제 마음이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가 봅니다. 저는 포토샵을 못해서 엑셀 파일에 그림을 그려서 원시적으로 수업 자료를 만들었어요. 도형의 배치와 색깔은 제 맘대로 조정할 수 있으니까 한글 보다 편했거든요. 그걸 한글 파일로 정리해서 책을 쓰려고 하니 도대체 진도가 나가질 않았어요. 다행히 본문 디자인을 담당하신 봉찬우 팀장님이 깔끔하게 다듬어 주셨고, 이후로도 내용 수정은 끝없이 계속되었어요. 정말 아날로그 원시인 수준의 작업이 세련된 디자인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었답니다. 본문 디자인을 작업해서 메일로 보내주면, 저는 수정할 부분을 한글 파일에 정리해서 전달하는 식으로 의견을 주고받았어요. 포토샵을 배웠더라면 이미지에 바로 표시해서 알아보기 쉬웠을 텐데... “봉 팀장님~ 작가가 아날로그 원시인이어서 죄송했습니다.”
디자인팀과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갈 무렵, 우리 대표님이 제안을 했어요. 드로잉프렌즈에서 알게 된 윤치영 선생님이 교정 전문가라는 걸 알고 한번 살펴봐 달라고 하자. 그렇게 시작된 교정 작업이 한 달 이상 계속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교정을 보는 치영 샘의 능력은 마블 히어로 급이라고 생각해요. 매의 눈으로 구석구석 숨어있던 오타를 찾아내기 시작했어요. 도대체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봤던 걸까요? 한 페이지도 빠짐없이 띄어쓰기, 들여쓰기의 틀린 부분을 찾아내었고, 알파벳 대소문자와 숫자 하나까지도 잡아내시는데……. 이 분을 만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습니다. 덕분에 출간 예정일은 명절 이후로 넘어갔지요. 치영 샘은 교정에 교정을 거듭하면서 책 속 사례에 눈물짓기도 하고, 그림책 활동에 푹 빠지셨어요. 그리고... ‘우리 책’이라고 표현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어갔답니다.
책을 쓰고 나서 조금이라도 빨리 출판하고 싶으시다면 다음의 순서를 생각해보세요.
모모쌤의 방법 (X)
집필 ⇒ 디자인팀 ⇒ 교정 ⇒ 디자인 수정 ⇒ 최종 교정 ⇒ 가제본 ⇒ 인쇄
효율적인 방법 (O)
집필 ⇒ 교정 ⇒ 디자인팀 ⇒ 최종 교정 ⇒ 가제본 ⇒ 인쇄
교정 완성본을 디자인팀에 전달하고 최종본이 나올 무렵, 대표님은 파주 출판단지 안에 있는 인쇄소와 계약을 했어요. 여러 출판사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일처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거든요. 가제본 2권을 만들어 왔을 때도 기분이 설레었는데, 대표님이 인쇄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냈을 때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뭉클함이 밀려오더군요. “촥촥촥~~” 표지를 찍어 넘기는 소리가 마치 “그동안 고생 많았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https://www.instagram.com/p/BuV1VuMgW3Q/?utm_source=ig_share_sheet&igshid=1fkyi45iv5e7
작가인 제가 교정과 블로그, 카페 홍보를 준비하는 동안, 대표님은 사업자 등록, ISBN 신청, 인쇄소 계약, 출판사 판매계약 등을 하느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돌아다녔다고 해요. 특히 ISBN을 신청할 때는 책 제목, 가격, 페이지 수, 출판일, 판권지, 목차, 저자명, 표지 이미지 등을 작성하고 주제 분류 항목을 선택하는 등 일이 어마무시하게 많더라구요. 교보문고와 판매 계약을 하러 갔을 때는 인감증명 외에도 준비할 서류가 10장이 넘었답니다. 교보문고와 YES24는 당일에 서류만 잘 챙기면 바로 계약이 완료되었는데, 알라딘과 인터파크는 메일로 주고받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계약서를 품에 안고 인증샷을 찍더니, 우리 대표님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어요. 손목과 목이 아파서 한의원 치료를 받으며 자기 책을 마무리하고 있는 동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출판 홍보와 그 과정에서 지인들의 어떤 도움과 격려를 받았는지 소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