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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Nov 24. 2019

20191124 영화 감상기

날씨의 아이, 매직 인 더 문라이트, 오페라의 유령

매년 새해가 될때면 버킷리스트를 쓴다. 꼭 해야할 일, 하고 싶은 일, 재밌게 할 수 있는 일들. 해낸 일들을 하나씩 빨간펜으로 꾹꾹 지워가면 괜시리 뿌듯한 마음이 든다. 


올해는 결혼에 정신이 팔려 버킷리스트를 잘 다독이질 못했다. 잔뜩 남은 목록을 보며 아쉬운 마음에 남은 두달 동안에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어졌다. 가장 만만한 것 중 하나는 영화 3편 보고 감상평 남기기. 


#1. 매직인더문라이트 

우디앨런 감독의 영화라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봤었지만 내용이 기억나지 않고 장면이 예뻤던 것 같아 다시봤 봤다. 독설이 넘치는 남자 콜린 퍼스와 말도 안되는 얘기만을 늘어놓지만 사랑스러운 엠마 스톤의 케미가 꽤 괜찮은 영화. 배경이 아름다워서 프랑스 남부로의 여행을 가고싶게 만드는, 우디앨런 특유의 동화같은 장면들이 즐길만 했다.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해서 지켜보긴 했지만 사실은 진부했고 끝은 예상을 빗겨가지 않았다. 그래도 엠마스톤의 크고 둥근 눈동자와 부드러운 풍경을 함께 보는 것 만으로도 좋았던 영화. 


#2. 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단지 이 이유로 영화관을 찾았다. "너의 이름은"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였지만, 이렇게 말하면 이미 짐작이 되는대로 이번 영화는 실망스러웠다.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데 생각보다 자세한 설명은 필요치 않다. 미츠하가 타키의 교실에 어떻게 찾아갔는지, 어떻게 저 세상으로 건너갔는지, 왜 특별하게 제조된 술이 그녀의 전부인 것인지 알려주지 않아도 관객이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징검다리가 너무 촘촘한 것보다 적당한 거리에 놓여있을 때 경쾌하게 밝고 지나갈 수 있듯 이야기 사이사이에는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진다면 관객은 영화를 쫒아갈 수 없다. 나를 지나쳐 치솟아 오르는 감정의 흐름에 공감하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날씨의 아이가 그랬다. 뒷배경에 대한 설명이 너무 많이 생략되어서 공감할 수 없었고, 감정선이 격해진 주인공들의 소리치는 모습을 멀찍이 떨어진 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장면은 아름답고 두 주인공의 애틋한 모습은 눈길을 끌었지만 누구에게도 추천할 수 없는 영화였다. 


#3. 오페라의 유령

OST를 많이 들어서 노래는 가사까지 기억하지만 정작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아 다시 찾아본 영화. 

세뇌가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부터 하나의 생각에 갖히면 그 생각의 틀을 부수고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예전보다 깊은 생각을 한다는 거다. 두려운 건 더 나이가 들어 생각하는게 귀찮아져서 주어지는 것에 순응하는 것. 귓가에 울려퍼지는 팬텀의 목소리를 천사의 목소리라고 착각하고 살아가듯 의심하지 않고 살아가지 않길, 나의 시선으로 나의 생각으로 나의 판단으로 살아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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