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제의 예쁜공포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브라제 입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요괴 ‘코쿠리 바바라’입니다. 낯선 이름이라 무슨 요괴지?라고 궁금하실 텐데요, 코쿠리 바바라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둔갑한 요괴입니다. 코쿠리는 유령이나 요괴 등, 무서운 대상을 비유할 때 사용되는 말이고, 바바라는 할머니라는 뜻이니, ‘무서운 할머니’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요괴는 절 창고의 뒤편에 살면서, 절의 음식이나 돈을 훔쳐 가거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의 가죽을 뜯어 먹는 정말 소름 끼치는 요괴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쿠리 바바라는 일본 에도시대(1603년~1868년) 요괴 화집을 시작으로 여러 괴담집에 자주 등장이 되는데, 야마다 노리오가 쓴 “토호쿠 괴담의 여행”에서는 시체를 먹어 성불을 하지 못하게 되자, 지금까지도 이승을 계속 떠돌고 있다.라고 나와 있고, 야마다 노리오의 “도깨비 문고”에서는 시체뿐만 아니라, 스님이나 절에 공양하러 온 사람들까지 잡아먹는 요괴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럼, 이 중에 가장 잘 알려져 있다는 코쿠리 바바라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재미를 위해 내용을 각색을 하였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여름날 밤, 한 젊은 중이 어떤 절 앞에서 외쳤습니다.
“계십니까?”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자, 다시 한번 외쳤습니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그때 두 명의 스님이 문을 열고 나와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오늘 밤만 이곳에서 묵을 수 있을까요?”
“안됩니다.”
한 스님이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부탁입니다. 오늘 날씨가 너무 궂어서 그러니 하루만 머물게 해 주십시오.”
“죄송하지만 내어드릴 방이 없습니다. 다른 곳을 찾아보시지요.”
그때 옆에 있던 다른 스님이 말을 꺼냈습니다.
“오늘 밤만 재워 드립시다. 이리 비가 많이 오는데 나가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스님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말을 꺼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동이 트는 대로 바로 나가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절 따라오십시오. 방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중은 옆에 있던 스님을 따라갔습니다.
“어찌 이런 날씨에 헤매고 계셨습니까?”
“저는 거처 없이 이곳저곳 다니는 떠돌이 중입니다. 오늘도 떠돌아다니다 그만 길을 잃었지 뭡니까.”
“그러셨군요. 여기입니다. 이곳에서 주무시면 됩니다. 혹시 저녁을 드시지 못하셨다면 간단한 *요깃거리를 준비해 드릴까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주의하실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주의요?”
“이곳에선 이승에 있어선 안될 것이 머물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내보낼 수 없더군요.”
“아… 그래서 그 스님께서…”
“예, 아주 영악한 요괴이지요. 그러니 동이 틀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스님이 떠난 후, 중은 이부자리를 펴고 바로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중은 배가 고파 잠에서 깼습니다.
“아까는 너무 지치고 졸려워서 배가 고픈지도 몰랐는데, 지금은 오히려 배가 고파서 잠이 들지 않는군.”
중은 스님이 했던 말이 신경 쓰여 참으려 했지만 너무 허기져 어쩔 수 없이 방을 나섰습니다. 다행히 비는 그쳐있었죠. 부엌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거기서 뭐 하시나?”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나이 든 노파가 서 있었습니다.
“누… 누구십니까?”
“놀라지 말구려, 누가 보면 귀신을 본 줄 알겠네. 나는 이곳의 스님들께 신세 지고 있는 사람이라네.”
노파는 삐쩍 마른 몸에 매우 서글픈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은 싸한 느낌을 받았지만 저렇게 연약해 보이는 노인이 어찌 귀신일 수 있겠냐는 생각에 경계를 풀고 노파에게 말했습니다.
“부끄럽지만, 배가 고파서 먹을거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배가 고픈 것이 어찌 부끄러운 일인가? 내가 간단한 것이라도 만들어 줄 테니 따라오게.”
“아닙니다. 길만 알려주시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부담 말게, 함께 신세 지는 사이라 그런지 정이 가서 그러니,”
그 말에 중은 마음이 울렁거렸습니다. 하지만 그 울렁거림이 감동을 받았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왠지 모를 이질감 때문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노파는 부엌으로 가서 오니기리를 만든 후, 중에게 주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혼자 먹기 허전하면 *말벗이 되어 줄까?”
“아닙니다. 오니기리만으로 큰 호의를 받았습니다. 이제 들어가 주무세요.”
“내가 심심해서 그려, 오늘따라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구먼.”
“아… 예…”
자신에게 오니기리를 손수 만들어준 노파를 거절할 수가 없어서 자신의 방에 모셨습니다.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들게.”
“예.”
오니기리를 먹는 내내 노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니기리를 다 먹어가는데도 왜 아무 말씀도 없으시지?’라며 의아해할 때, 노파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죄가 참 많은 사람이라네.”
갑작스런 이야기에 중은 당황했지만 차분히 말을 건넸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내 죄가 너무 커, 나는 성불하지 못할 듯싶구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죄를 알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이들도 많지요. 그런데 *보살님께서는 자신의 죄를 깨닫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는 보살님이 나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를 위해 오니기리까지 만들어 주셨는걸요. 저에게 털어놓아 보세요. 그리고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성불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노파는 숨을 크게 들이켜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하였습니다.
“나는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먹었어. 그것도 아주 많이.”
쨍그랑!
놀란 중은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뜨렸습니다.
“지… 지금… 뭐라고…”
“시신을 아주 많이 먹었다고 했네,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성불할 수 있다고 했나? 그게 문제야. 성불하고 싶지만 시신을 뜯는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항상 머리에 그 맛이 뱅뱅 돌아, 난 아무래도 성불할 수 없겠지?”
중은 사람을 먹었단 말에 무서움보다는 분노가 끓어올라 노파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네가 그 요괴였나 보구나!”
노파는 픽 웃었습니다.
“너는 나를 보고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음에도 피하긴커녕, 계속 나를 맞춰주었지. 왜 그런 줄 아는가? 그건 요괴인 나에게 홀렸기 때문이야. 사람이 요괴에게 홀리면 섣부른 판단을 하거든. 이곳의 스님의 말대로 나오지 않았다면 동이 틀 무렵에 무사히 떠날 수 있었을 텐데,”
노파는 중에게 달려들어 죽인 다음, 그의 살을 뜯어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노파는 자신의 입에 묻은 피를 닦으며,
“역시 내 생각이 옳아. 죽이기 전에 오니기리를 배불리 먹이니 오랜만에 떼 깔 좋은 시신을 먹었어. 크크큭…”
라고 말하고는 사라졌습니다.
노파는 몇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불하지 못한 채 무덤에서 수많은 시신을 파헤쳐 먹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요깃거리 : 먹어서 시장기를 면할 만한 음식.)
(*말벗 : 더불어 이야기할 만한 친구.)
(*보살님 : 절에서 부르는 호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