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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an 04. 2023

런던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요가를 했다.

10일 여행의 3일 차 이야기

런던 스카이 가든

한국에서부터 준비했던 유일한 계획 하나.

스카이 가든에서 요가하기.

그 당시 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와 하루 중 몇 시간은

서로 하고 싶은 것을 따로 하며 보내자고 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영국 여행은 처음이니 소위 말하는 관광명소를 갈까.

하다가 갑자기 머리 아파졌다.

너무 많은 정보와 선택지는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그냥 정말 내가 좋아하는 ' 해보자.

하고 택했던 .


검색어는 간단해졌다.

영국. 런던. 요가.


요가는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다.

-아헹가(Lyengar)
조용해서 좋아..

내가 예약했던 클래스는 'Sunrise Yoga at Sky Garden'/Sunday/08:30/11유로


전날 밤 그냥 가지 말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오전부터    같은 느낌도  내고 싶어서 갔는데,

좋았다. 잘했다. 뿌듯했다!

 날은 요가하고 오후에 숙소에서 잠만 자도 

뿌듯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런던이 한눈에 보이는 곳.

어제 내가 갔던 , 오늘 갔던 , 내일  곳이 

모두 한눈에 담기는 공간이었다.

짧지만 그날그날의 기억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언젠가 런던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을 ,

다시 찾아오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다.

 그날 저기서  했지. 어땠지.

누군가에게 소곤소곤하고 싶은 날에.


역시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는 게 맞다.

정말 하고 싶지 않았더라면, 고민하지 않았을 테니까.


요가는 '자기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구르묵 카우르 할사(Curmukh Kaur Khalsa)
이렇게 빛이 들어오는 공간, 좋아.
소박한 런던 나그네의 짐


빛이 잘 들어오는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요가.

내가 다니는 다정하고 아늑한 요가원도 좋지만,

이렇게 트여있는 공간도 좋았다.

푸릇푸릇한 식물들 속에서 나도 함께 정화되는 느낌.

공간과 사람들은 낯설지만,

익숙한 요가 동작들은 내게 편안함을 주었다.

한국에서는 요가 동작을   아무 생각 없이 

동작에만 집중할  있는 60분이 좋았다면,

런던에서는 낯선 환경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좋았다.


그래서 이 시간은 내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요가 준비물은 접이식 매트 하나.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난 모두 알아들을 수 없지만,

요가는   흐름만 알면 되니까.

 느낌대로 따라가면 된다.


지금 이 순간은 늘 그렇듯이 아주 좋은 순간이다.
이 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만 안다면.

-랄프 왈드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그 와중에 알아들은 몇 마디가 있다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당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려웠던 나는 

 말이  와닿았다.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것들을 증명받고 싶었던 날들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요가의 좋은 점이다.

수업을  ,  몸과 정신이 쉬어갈  있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위로를 받으면 된다.


사실, 요가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준다.

-강가 화이트(Ganga White)


내게 제일 어려운 요가 동작은 사바사나(Shavasana)다.

요가 시간이 끝나갈 무렵 5 정도 지속하는 자세이다.

긴장을 이완하는 자세로,

천장을 보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된다.

다리는 요가 매트만큼, 팔을 양옆으로 넓게.


그게 끝이다. 근데 그게 어렵다.

가만히 누워있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날이 있기 때문이다.

요가의 모든 동작들은 연습하면   있다.

시간과 노력이 해결해 준다.

사바사나는 아니다.

외적으로 봤을 때, 연습이 필요없다.

근데 내게는 가장 많은 노력이 필요한 동작이다.

내 심신 모든 것이 안정되어 있어야 할 수 있다.


런던에서의 사바사나는 그저 하늘하늘했다.

하늘이 예뻐서 눈을 감지 않았다!

내 두 눈으로 모두 담아왔다.


요가는 삶이 존재하는 유일한 장소인
현재의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 엘렌 브렌맨(Ellen Brenneman)


일찍 일어나 일정 소화한 내게 주는 크로와상과 커피 선물!

빵맛도 커피맛도 둔한 나지만, 빵은 빵 맛이 나서 좋았고, 커피는 커피 맛이 나서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린 시간.

 다른 것들이  안에 들어올  있도록

 '' 주는 시간은  소중하다.

요가가 끝나고도 아침이라 좋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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