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내 인생의 멜로디
십대시절 방송반 PD였던 나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내가 올드팝과 가요의 양극단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을 줄 알았다.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핸슨의 Mmmbop을 경쾌하게 지나 2000년대를 주름잡던 가요까지. PD의 마음을 사로잡은 노래들이 매주 교정에 울려퍼졌다.
술독에 빠진 망아지같던 대학생 때도 mp3목록은 일주일에 한 번 업데이트를 하곤 했다. 나에게 좋은 노래가 더 많은 이들에게 눈치채이기 전에 먼저 미니홈피 BGM에 깔아두고 싶었으니까. 편도 한시간 반이 넘는 지루한 통학길 두 귀를 소음에서 해방시켜줄 무언가가 필요했으니까. 나는 꽤 성실한 음악애호가였다. 그러다 언제부터였을까. 즐겨 듣는 노래 목록이 성장을 멈추게 된 건.
다프트펑크의 Something about us는 그런 의미에서 멈춰버린 재생목록에 언제나 맨 윗칸을 차지하고 있는 특별한 노래다. 나의 청년기를 관통하는 곡을 딱 하나만 꼽으라 하면 바로 이 노래 Something about us를 말하고 싶다.
It might not be the right time…
I might not be the right one…
but there’s something about us
I want to say,
cause there's something between us anyway…
곡은 1분 17초에 이르러 첫 가사를 내뱉기까지 마이너한 감성의 전자음이 이어지는데, 끝날듯 끝나지 않는 뱉어낼듯 뱉어내지 못하는 밀어를 삼키고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하고 상상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또 단조로운 패턴의 반주와, 너무도 간단해서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도 쉽게 해석할 수 있는 16줄의 가사는 마치 귀로 듣는 시를 발견한 것 같은 스릴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뜨거웠고, 차가웠으나, 결국엔 다시 뜨겁고자 했던 대학시절을.. 사회초년생 시절을, 이 노래로 다시 떠올리곤 한다. 담담하다가도 아려오는. 그런데 또 설레고 짜릿하기도 한 그런 복잡미묘한 기분에 잠겨,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섬세하게 듣고 또 듣는다.
다프트펑크는 해체했지만 이들이 남긴 음악은 이렇게 지구 반대편에 사는 내게 20년이 되도록 사랑받고 끊임없이 소환된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짜릿했던 느낌은 왜 사라지지 않고 들을 때마다 새롭게 내 맘에 레몬즙을 뿌리고 가는지 모르겠다. 같은 곡임에도 언제 어느 계절에, 어떤 시점에 듣느냐에 따라 새로운 감각을 선사하기도 한다.
마치 노래처럼, 나이 먹어 가는 것들이 너무 빨리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을 견디고 세월을 건너서 내가 아빠의 오디오에서 늘 흘러나오던 015B의 슬픈 인연을 가끔 위로처럼 찾듯이, 먼 나중엔 다프크펑크의 노래가 우리 아들의 통학길 친구가 되어준다면 참 멋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