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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락 Apr 14. 2023

당신에게도 인생 향수가 있나요?

#02. 조 말론 : 오렌지 블러썸

인생 향수가 있나요?


지금으로부터 약 십년 전, 대한민국 니치향수계의 새로운 장을 연 영국 향수 브랜드 조 말론. 그때는 강남 길거리만 걸어가도 3초에 한번씩 라임바질앤만다린 향기가 코끝에 느껴진다고 뷰티업계와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우스갯소리가 올랐더랬다.


조 말론 런던이 한국에 런칭한 2012년부터 지금까지 햇수로 10년째. 바틀 컬러가 오묘하게 바뀌고, 조 말론 시그니처 로고 디자인이 바뀌는 동안에도 변함 없이 나의 애착 향수 1위가 되어준 조 말론 오렌지 블러썸.



photo by. 사락 / 개인소장


라벨에 금색 두 줄의 두꺼운 실선으로 그려져 있던 테두리가 단정한 검정색 한줄로 단순화되었고, 브랜드 네임 역시 "Jo"에서 "JO"로 크기 차이를 없애면서 더 큼직하고 도톰한 서체로 개선됐다. 자세히 보면 뚜껑 색상도 실버에서 은은한 골드톤으로 변경된 걸 알 수 있다.








오렌지꽃이 만발한 과수원을 걸어 들어간다면 이런 느낌일까.


출근길과 점심 먹은 뒤, 퇴근 전 한번씩 손목에 칙칙 분사해주면 걸음걸음마다 살랑살랑 내게만 은은하게 퍼지는 오렌지블러썸 향이 기분을 상큼하게 정화해준다. 조 말론 향수들은 무겁고 진한 오드퍼퓸이 아닌, 가벼운 발향의 오드코롱이기 때문에 사실 아무리 여러번 분사해도 현관에서 나가기 무섭게 향기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른바 현관컷 향수라는 불명예 닉네임을, 하지만 조 말론 러버들은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뿌린 사람 본인만 알 수 있을 정도의 은은함. 그래서 자꾸자꾸 더 자주 사서 쓰라는 조 말론의 전략인 것일까?)



요즘은 백화점에 세계 곳곳에서 공수해온 독특한 이름과 진한 향취의 니치향수들이 더 자주 보이지만, 어떤 새로운 향수를 시향해봐도 아직은 오렌지블러썸을 뛰어넘는 상큼함을 못 찾았다.



앞으로도 오랫 동안 내 인생 향수가 되어줄 녀석. 더 아낌 없이 사랑해줄테다.



"당신의 인생 향기는 무엇인가요?"




* 타이틀 이미지 출처 : seph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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