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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카페인 Jul 31. 2022

에디터가 말하는 좋은 글, 좋은 문장

쓰는 습관 

지난 십수 년 동안 6000~7000자 분량의 원고를 매달 평균 20개 정도 편집해 왔다.


때로는 마감 시간에 쫓겨 기계적으로 글을 고치기도 하고

오류 문장을 인쇄 후에야 발견해 몇 날 며칠 끙끙대기도 했지만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는 글을 가장 먼저 읽는다는 특권 의식과

글 속에 작가와 1대 1로 대화하는 두근거림을 종종 느끼곤 했다.



에디터 기준에서 좋은 글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1. 읽은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수많은 글 중에서 독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글인가. 클릭 후 끝까지 읽어지는 글인가. 팔리는 글인가는 팔아야 하는 글에서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2. 전체 메시지가 명확한가  

투고하는 기고자 중에서는 의외로 갈피를 못 잡고 글을 쓰는 이들이 있다. 이때에 에디터는 고뇌한다. 내가 고칠까, 그냥 다시 달라고 할까. 이 결정을 내리는 기준이 무엇일까. 정답은 시간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다시 써달라고 한다. 시간이 없을 땐 에디터가 쓴다. 매우 빠르게. 물론 그 글을 다시 필자에게 확인받는다. 전체 메시지가 명확한 글을 읽으면 기분이 좋다. 그 메시지가 무엇이든, 원고로는 합격이다.


3. 단락마다 핵심 메시지가 있는가

 이 시대의 많은 이들이 6000자 분량의 글을 차분히 정독하지 못한다. 큰 제목을 스캔하듯 보다가 꽂히는 제목의 단락을 읽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각 단락마다 핵심 메시지를 담을 필요가 있다. 전체 흐름을 위해 버리는 단락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단락에 한 줄로 요약는 메시지가 있다면, 에디터 기준에서 좋은 글이다.


4. 술술 읽히는가  

글은 쉽게 써야 한다. 쉬운 글이 잘 읽힌다. 수없이 많은 글을 읽고 고치는 에디터에게조차 어려운 글이라면, 일반 독자는 1.5배쯤 더 어렵게 느낄 수 있다. 쉽게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기본적인 원고 교정 원칙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확인했다면, 세부적인 편집 작업이 이어진다.

담백하고, 말랑말랑하고, 화려한 문장을 고치진 않는다. 그건 그야말로 필자의 문체이다.

에디터의 작업은 문장이 정확하고 깔끔한가에 집중되어 있다.


1. 간결한 문장이 최고다.

짧은 문장이 간결함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에디터들이 말하는 간결한 문장이란, 단어의 중복이 없음을 의미한다.

삭제해도 문맥의 의미가 그대로 전달되는 단어라면,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읽는 사람들이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는 이야기라면 빼는 게 좋다.

빼고 빼서 뼈만 남는다면?

그래도 좋다. 그 뼈만으로도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전달이 된다면 말이다.


2. 뜻이 모호한 단어를 교체한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단어는 정확한 표현으로 바꾸어야 한다.

~ 것, ~부분이라는 단어를 습관적으로 쓰고 있지는 않는지 확인해볼 필요도 있다.

막연하고 모호한 표현은 글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3. '의'는 최대한 생략

생각 없이 글을 쓰다 보면 '~의'라는 조사를 꽤 많이 쓰게 된다.

변화의 물결이 우리의 삶 속에서 ~

이 문장을

변화의 물결이 우리 삶 속에서 

라고 고쳐도 한결 깔끔하다.


우리 회사의 조직 문화의 문제점은 팀장의 리더십의 부재이다.

이 문장은 어떻게 고칠까.


우리 회사 조직 문화의 문제점은 팀장 리더십의 부재이다.

또는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 문제점은 팀장의 리더십 부재이다.라고 바꿀 수 있다.


*~의 만큼이나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 ~적, ~에 대한 이다. 이러한 표현도 쓰지 않으려고 의식해보자.


4. 수동태 문장 최소화

무생물을 주어로 쓰면 수동태를 쓰게 된다. 수동태 문장을 반복해서 쓰면 글의 생동감이 줄어든다.

오늘 행사가 개최됩니다 라는 문장보다는

오늘 행사를 개최합니다 라는 문장이 힘 있다.


5. 생각한다. 좋을 듯하다 라는 표현 삭제

글은 기본적으로 작가의 생각이다. 전체 문장에서 자신의 생각이 아닌 부분은 인용구 표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 끝에 ~라고 생각합니다, ~인 듯합니다 라는 표현을 쓰는 이들이 있다. 에디터들이 이러한 표현이 보이면 바로 삭제한다. 고민의 여지가 없다. ~라고 생각합니다. ~인 듯합니다라는 표현은 글의 신뢰를 낮출 뿐이다. 스스로도 자신의 문장에 확신이 없음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읽었을 때 어색한 문장은 일단 고치자.

의미를 알고 읽는 나조차 어색한 문장이라면, 처음 그 글을 읽는 사람에겐 더욱 그러하다.


문장은 눈으로 읽을 때와 입으로 소리 내어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

나의 문장이 어색하지 않은지 확인하려면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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