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이 아닌 (늦은)휴가 마지막 이야기
알람소리가 좁은 숙소에서 유난히도 크다.
사실상 오늘이 휴가의 마지막 날 이라고 알리는것 같다.
버스 왼쪽 자리에 잡았다.
창 넘어로 하늘을 보니, 유난히 파랗고 맑다.
어제 저녁도 초밥이었는데
그 초밥이 부족했나보다.
다자이후에 도착해서 텐만구 근처에 유명한 초밥집으로 몸을 향한다.
나름 유명한 맛집이어서 그런지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 줄 뒤에 살포시 서 있는데
오픈하니 안에 자리가 넓은지 금방 안으로 들어간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는데 런치 가격이 착하다.
그래서 모듬초밥 세트와 참치 덮밥 두개를 시켰다.
양도 적당하고, 맛도 있다.
후쿠오카에서 먹은 초밥보다 종류는 별로 없지만 맛은 일품이다.
특히 참치 덮밥은 갈아 넣은 마와 함께 비벼 먹는데 그 맛이 정말 훌륭하다.
텐만구로 가는 길에 많은 일본 학생들이 보인다.
일본에서 공부와 합격 등을 빌기위해 찾는다는 텐만구, 수학여행으로 많이 오는 곳이라는데 어린 학생들 부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거뭇한 학생들 까지 왁자지껄 하다.
길 양옆으로는 구운모찌를 파는 곳들이 듬성있는데, 그 중 가장 맛있어 보이는 곳에서 하나 골라 입에 물었다.
배가 부르지만 않았어도 서너개는 거뜬이 들어갈 정도의 맛이다.
구운모찌 하나를 오물오물 하는 동안 텐만구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신사까지 들어가는 길목에 심어진 큼직한 나무들의 푸릇함과 파란하늘이 잘 어울린다.
신사 곳곳에 텐만구의 상징인 ‘누운 소’ 동상.
그 소의 뿔을 만지면 공부도잘 하고, 합격도 한다는 미신이 있어서 그런지, 곳곳의 소의 뿔 부분이 손이 닳아 맨들맨들하다.
신사 안에는 복을 기원받고자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의식을 치루는 사람들, 합장하고 기도하는 사람들, 점을 보는 사람들.
선선한 바람에 더 걷고 싶어서 텐만구를 나와 조금 걸으니 '박물관'글씨가 눈에 띄었다.
길게 늘어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국립큐슈 박물관이 보인다.
방문한 날 마침 특별전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오쿠라 콜렉션'
오쿠라가 우리나라 및 아시아 곳곳에서 수집, 약탈해 간 유물 1,000여 점 중 몇몇을 전시하는 특별전.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후쿠오카라서 일까?
한국의 물품은 딸랑 2개.
고려시대의 목각좌불상과 조선시대의 산수도 한점.
우리나라에서 오쿠라 콜렉션을 임대해와 전시하고자 했을때, 오쿠라재단은 우리나라에서 돌려주지 않을 것을 우려해 임대 불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문화재를 우리나라에서 못보고 후쿠오카에서 보는 것도 안타까웠다.
그 마저도 겨우 2점을 보고 있노라니
커피를 마셔야 했다.
카페인이 부족해 힘이 나지 않았다.
골목에 카페라고 쓰여있는 작은 간판이 보였다.
그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니 작은 중정이 있는 조용한 공간이 있었다.
그곳에 짐을 풀고 커피를 시켰다.
커피볶는 향과 중정 넘어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이 이곳을 더 포근하게 만드는 듯 했다.
책을 펼치고 한없이 이 정적을 즐겼다.
책의 끝머리를 넘길때 쯤 정적은 사라지고
어느새 작은 카페에 사람들이 가득찼다.
이제 일어날 때가 되었나보다.
후쿠오카의 마지막 밤.
몸이 닳는 듯했다.
올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파업, 남극, 북미회담, 평양까지
이 시간이 끝나감이 아쉽지만, 한없이 이럴수도 없다.
사회인이자, 직장인이며, 생활인이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한 숨 쉬어가야 또 달릴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