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안의 스투키 Nov 01. 2018

쉬었다 합시다.4

출장이 아닌 (늦은)휴가 마지막 이야기

 알람소리가 좁은 숙소에서 유난히도 크다.

 사실상 오늘이 휴가의 마지막 날 이라고 알리는것 같다.


 오늘은 서울에서 파주 정도 거리의 '다자이후'를 간다.

 


유난히도 맑고 푸른 하늘. 제대로된 가을을 다자이후에서..



 버스 왼쪽 자리에 잡았다.

 창 넘어로 하늘을 보니, 유난히 파랗고 맑다.

 

 어제 저녁도 초밥이었는데

 그 초밥이 부족했나보다.

 다자이후에 도착해서 텐만구 근처에 유명한 초밥집으로 몸을 향한다.


 

텐만구의 나름 유명한 초밥집, 런치 세트 종류가 많은데 그 중 2개를 시켜 혼자 먹었습니다.


 

 나름 유명한 맛집이어서 그런지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 줄 뒤에 살포시 서 있는데

 오픈하니 안에 자리가 넓은지 금방 안으로 들어간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는데 런치 가격이 착하다.

 그래서 모듬초밥 세트와 참치 덮밥 두개를 시켰다.

 

 양도 적당하고, 맛도 있다.

 후쿠오카에서 먹은 초밥보다 종류는 별로 없지만 맛은 일품이다.

 특히 참치 덮밥은 갈아 넣은 마와 함께 비벼 먹는데 그 맛이 정말 훌륭하다.


 

다자이후 텐만구는 공부, 합격 등을 빌기 위해 많은 일본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텐만구로 가는 길에 많은 일본 학생들이 보인다.

 일본에서 공부와 합격 등을 빌기위해 찾는다는 텐만구, 수학여행으로 많이 오는 곳이라는데 어린 학생들 부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거뭇한 학생들 까지 왁자지껄 하다.

 길 양옆으로는 구운모찌를 파는 곳들이 듬성있는데, 그 중 가장 맛있어 보이는 곳에서 하나 골라 입에 물었다.

 

 이건 정말 맛있다.

 

 배가 부르지만 않았어도 서너개는 거뜬이 들어갈 정도의 맛이다.



’매일 먹고 싶은 맛’ 입니다.



 구운모찌 하나를 오물오물 하는 동안 텐만구 입구에 도착했다.

 

 맑은 날씨와 달달한 모찌 정말 완벽한 조합이다.

 

 입구에서 신사까지 들어가는 길목에 심어진 큼직한 나무들의 푸릇함과 파란하늘이 잘 어울린다.

 신사 곳곳에 텐만구의 상징인 ‘누운 소’ 동상.

 그 소의 뿔을 만지면 공부도잘 하고, 합격도 한다는 미신이 있어서 그런지, 곳곳의 소의 뿔 부분이 손이 닳아 맨들맨들하다.

  

 

파란하늘과 푸른 나뭇잎, 그리고 낡은 신사의 모습이 잘 어울린다.



 

 신사 안에는 복을 기원받고자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의식을 치루는 사람들, 합장하고 기도하는 사람들, 점을 보는 사람들.

 

 모두가 방법은 다르지만 자신의 간절함을 빈다.


 선선한 바람에 더 걷고 싶어서 텐만구를 나와 조금 걸으니 '박물관'글씨가 눈에 띄었다.

 



큐슈 박물관 특별전시, 오쿠라 콜렉션. 오쿠라가 일본으로 반출한 한국 문화재 중 두개만이 전시되어 있다.

 

  


 길게 늘어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국립큐슈 박물관이 보인다.

 방문한 날 마침 특별전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오쿠라 콜렉션'                                                                                                                                                                                   

 오쿠라가 우리나라 및 아시아 곳곳에서 수집, 약탈해 간 유물 1,000여 점 중 몇몇을 전시하는 특별전.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문화재를 마구 도굴, 수집해 일본으로 반출해 유명해진 오쿠라 콜렉션인지라, 정작 우리나라에서 못보는 우리나라 문화재급 유물이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돈을 내고 입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후쿠오카라서 일까?

 한국의 물품은 딸랑 2개.

 고려시대의 목각좌불상과 조선시대의 산수도 한점.


 우리나라에서 오쿠라 콜렉션을 임대해와 전시하고자 했을때, 오쿠라재단은 우리나라에서 돌려주지 않을 것을 우려해 임대 불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문화재를 우리나라에서 못보고 후쿠오카에서 보는 것도 안타까웠다.

 그 마저도 겨우 2점을 보고 있노라니

 

 유물의 아름다움 보다는 그 지난 역사의 아픔과 슬픔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우연히 찾은 중정이 있는 카페.





 커피를 마셔야 했다.

 카페인이 부족해 힘이 나지 않았다.

 골목에 카페라고 쓰여있는 작은 간판이 보였다.

 그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니 작은 중정이 있는 조용한 공간이 있었다.

 그곳에 짐을 풀고 커피를 시켰다.


 커피볶는 향과 중정 넘어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이 이곳을 더 포근하게 만드는 듯 했다.

 책을 펼치고 한없이 이 정적을 즐겼다.


 우연히 찾아 들어온 곳에서 보물같은 시간을 선물받기도 한다.


 책의 끝머리를 넘길때 쯤 정적은 사라지고

 어느새 작은 카페에 사람들이 가득찼다.

 이제 일어날 때가 되었나보다.

 


 




 

후쿠오카 야경. 직업병인지 쓸데없는 고퀄..


 후쿠오카의 마지막 밤.

 급작스럽게 온 늦은 휴가.

 그리고 혼자.


 몸이 닳는 듯했다.

 올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파업, 남극, 북미회담, 평양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단절된 시간.

 

 이 시간이 끝나감이 아쉽지만, 한없이 이럴수도 없다.

 사회인이자, 직장인이며, 생활인이기 때문에


 가끔은 이렇게 계획되지 않은 갑작스런 쉼표가 필요하다.

 

 부족하지만 한 숨 쉬어가야 또 달릴 수 있으니.


 

잘 쉬었다 갑니다. 안녕 후쿠오카.


작가의 이전글 쉬었다 합시다.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