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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안의 스투키 Jun 17. 2018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이 너무 보고싶다.

급하게 날아간 싱가포르 '북미회담' 취재기

 "너 다음주에 근무 있어? 없으면 니가 좀 가자."

 동공에 지진이 난다. 난 분명 지방선거 팀 이었는데, 그래서 싱가포르 취재팀을 배웅하고 다음주에 할 일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우리 양사장님이 사무실로 싱가포르 특별취재팀 격려 방문 때 까지만 해도 저 산더미 같은 장비와 무더운 싱가포르 날씨가 나완 상관 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 선발대 팀 운용이 힘들어 졌으니까 빨리 준비해서 싱가포르로 가자."

 "네, 지금 비행기 표 알아보겠습니다."


 오후 7시쯤 출장명령을 받고, 최종 비행기표를 끊고 나니 시간은 저녁 11시.

 출국은 내일 오후 4시 비행기 이다.

 나에게 출장까지 남은 시간은 12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9일 저녁 싱가포르에 도착하니 후텁지근한 공기가 폣속을 때린다.

 예상치 못한 급박한 출장에 긴장을 해서 일까 밤늦게 도착한 싱가포르의 숙소에서 쉽게 잠을 이루지 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가 하루 이른 10일에 싱가포르에 도착한다는 보고다.


  "김정은 숙소인 세인트 레지스 호텔은 너희팀이 맡도록 한다."

 

 오전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 도착하니 삼엄한 경계가 이뤄지고 있다.

 카메라를 켜고서는 숙소 앞을 지나가지도 못하고, 전세계 언론사들을 특정 구역에 몰아넣고 통제하고 있었다.

 꾸역꾸역 카메라와 중계장비를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대기 하고 있는 와중에 갑작스레 분위기가 요동친다.

 북한 사진기자와 카메라기자가 숙소를 나서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도착이 임박했다.'

불러도 대답없는 그대. "동무!"라고 소리쳐 봤지만 무표정하게 그는 자신의 일만 할 뿐..


 "김정은 위원장 차량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차량이 세인트 레지스 호텔로 들어온다.

 지도자가 된 이래 한번도 해외 방문이 없던 그 북한의 지도자, 방송으로만 보던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 내 눈앞의 차량안에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탄 벤츠 차량, 앞에 북한 국기가 걸려있다.(좌) 취재포인트에서 바라본 세인트 레지스 호텔 입구, 삼험한 경계로 김정은 위원장의 차량을 철통 방어하고 있다.(우)


 세인트 레지스 호텔은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방문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호텔 로비와 취재진이 바라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방향에 높은 높이의 나무들을 가져다가 둘러쳤고, 로비입구에는 차양막을 쳐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절대 촬영할 수 없게 해놨다.

 이런 취재의 악조건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털끝 하나 볼 수 없었고, 그의 벤츠 차량만을 뷰파인더 넘어로 봐야 했다.

  

혹시라도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면서 세인트 레지스 호텔 앞에서 붙박이 취재 중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 앞은 국내외 취재진들로 카메라 세우는 것 조차 힘들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철저하게 취재진을 통제했고, 정해진 취재구역이 아닌 곳에서 취재할 시에는 강력한 제제를 가했다.

 

 적도에 위치한 싱가포르의 햇살은 따가웠고, 기온은 습하고 무더웠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동선이나 일정은 알려진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취재포인트를 떠날 수 없었다.

 간간히 추진해온 물과 음료수를 마셨지만, 땀이 배출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덕분에 화장실 가는 것도 잊은 채 현장을 떠나지 않을 수 있었다.


현장을 가득 메운 국내외 취재진.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 가장 긴 시간 취재 비공식 기록은 바로 나!
비디오 머그에서 현장에서 불쌍히 앉아있었던 우리나라 카메라 기자들을 담아 방송을 해줬습니다.



 다음날 새벽 4시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뉴스광장 라이브 연결로 취재를 시작했다.

이날은 새벽 4시부터 자정을 넘겨 새벽 1시까지 무려 21시간여의 김정은 위원장 숙소 취재(새벽->정오->자정)


 엄청난 날이었다. 새벽 4시부터 자정을 넘겨 새벽 1시까지 현장 취재.

 교대인력은 없다.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 위원장 때문에 그늘이 있는 건물 안으로도 들어갈 수 없다.

 

 한나절의 시간이 흐르고 그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 위원장이 갑자기 저녁에 싱가폴 현지 관광을 위해 움직였다!

 

 현장의 공기가 변한다. 웅성거림이 커지고 플래시가 천둥처럼 터지기 시작한다.

 급박한 상황에 수시로 LIVE 연결과 취재를 해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등장!'

 하지만 이번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현장 카메라 앞에 등장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20여 시간을 있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은 '인스타그램'으로 밖에 볼 수 없었다.

 이날 저녁 김정은 위원장이 찾아간 마리나베이샌즈에 있었던 관광객들이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

 현장에 있던 내가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정말 현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을 미치도록 보고싶었지만 뷰파인더 넘어로는 그의 머리카락 한올 볼 수 없었다.


카메라기자는 뉴스의 네임수퍼, 이 이름에 책임을 지기 위해 20여 시간의 현장 취재도 견딘다.


 회담날.

 오전에 카펠라 호텔쪽 취재를 마치고 다시 찾은 김정은 위원장 숙소 앞.

 회담이 끝나고 김정은 위원장이 숙소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

 과연 오늘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으로 돌아가느냐가 현지 취재진의 초 관심사.


 현장이 또 술렁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오늘 저녁에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아녜요 선배, 제가 3일 동안 여기 있어보니까 오늘 안에 김정은 위원장이 나갈거 같아요. 감이 와요."

 

 톰보이들이 시동을 건다.

 그리고 경호원을 태운 차량들이 움직인다.

 3일간 지켜본 김정은 위원장은 경호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2시간 내에 움직였다.

 '분명 오늘 북한으로 돌아간다.'


경호원들이 타고온 노란 버스(좌), 그리고 수행원들과 김여정, 현송월 등이 탄 벤츠 밴(우)가 나타나고 나면 1시간 내로 김정은 위원장의 차량이 등장한다.


 역시 등장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벤츠 리무진이다.

 벤츠 차량의 등장과 함께 삼십여분 뒤면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하고 창이공항으로 떠날 것이다.

 

 시간 계산을 해보니 내가 LIVE 중계를 할 때 김정은 위원장이 출발할 것 같다.

 현장에서 보고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출발이 임박했습니다. 뉴스를 앞으로 땡겨 주세요. 안그러면 김정은 위원장 취재가 어렵습니다."

 "이대로 중계하다보면 김정은 위원장 출발시에는 취재기자 넘기고 촬영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안에서는 묵묵부답이다.


 "기자큐"

 "김정은 위원장이 묵고 있는 세인트 레지스 호텔 앞입니다. 블라블라블라"

 취재기자가 마이크를 잡고 라이브를 하고 있는 순간.

 김정은 위원장이 움직인다.

 '지금 찍지 않으면 김정은 위원장이 출국하는 장면은 영영 못찍는다.'

 

 "선배 잠깐 밖으로 나와요!!"






 방송사고라고 생각될 만큼 급박한 상황의 취재가 마무리 되고 김정은 위원장의 차량은 창이공항으로 출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떠나고 난 세인트레지스 호텔 앞은 열대야의 꿉꿉함 만이 남았다.

 입사 이래도 이렇게 전력을 다하고, 몸이 부서질 정도의 업무강도는 처음이었다.

 현장에서 있었던 3일간 현송월, 김여정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내가 본 것이라고는 김정은 위원장의 벤츠 차량뿐.. 트럼프처럼 손이라도 흔들어 주지 그랬어요..


 장비를 정리하는 도중에 뒤에있던 Y 방송사의 카메라기자가 픽 하고 쓰러진다.

 과로와 탈진으로 인해 호흡곤란이다.

 응급차가 온다.

 그가 그 응급차에 실려 가고, 나는 짐을 싼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싱가포르의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그  Y 방송사의 후배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북미 정상회담 싱가포르 취재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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