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았고 결혼한 지금도 예전보다야 늘기는 했지만, TV를 별로 보지 않는 편에 속한다. 사실 결혼전에는 TV를 아예 사지도 않았었기에, TV를 볼 방법도 마땅치 않았기도 했지만.
나도 대학생 때까지는 TV를 상당히 많이 보는 축에 속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현실적인 이유로 TV와 점점 멀어지게 되었고, 유학가서도 어학을 배우는 목적으로 뉴스와 다큐위주로 많지 않은 시간 TV를 시청했을 뿐이다.
의도하지 않게, TV라는 문명의 이기(?)와 멀어지게 되었지만, 또한 의도치 않게 얻게 된 삶의 장점 또한 있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꽤 사라진 것이다.
TV는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에 편성되어 있으며, 프로그램의 주시청층을 대상으로 한 광고가 프로그램 사이에 끼워져 있다. TV가 대중화된 이후로 지속되어 온 현상이며, TV가 사라지지 않는 한 광고도 그대로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 내에도 PPL이라는 형태로 간접 광고가 되는 건 그닥 특별한 일도 아니다.
광고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구매"에 있으며, 이를 유도하기 위한 심리학을 포함한 최첨단의 기법이 총망라된 종합예술(?)이기도 하다. 프라임 시간에 높은 광고료가 지불되는 건 그만큼 TV를 통한 광고가 소비촉진에 아직도 유용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직접적인 광고이외에도 PPL을 통한 간접 광고의 증가, TV 프로그램 내의 소비풍조(예. 특정물건을 이용한 요리법)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대 & 재생산되는 분위기에서는 현재의 TV 시청자는 예전의 TV시청자에 비해 소비욕에 대한 자극을 더 강하고 많이 받을 수 밖에는 없다.
예를 들어, "OOOOO"라는 프로그램에서 대중에게 인지도 높은 모출연자가 이런저런 캠핑장비를 왕창 갖춰서 떠나고, 작가의 대본과 편집의 힘으로 캠핑의 모습이 맛깔나게 그려지면, SNS 등을 통해서 빠르게 그 출연자가 사용한 캠핑장비에 대한 구매욕이 생기고, 이는 실제로 구매로 이어진다. TV로 구축된 이미지가 단순 이미지 소비에 그치지 않고, 실소비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소비자는 자기도 모르게, 시나브로 집안에 물건을 하나 둘씩 쌓아 가게 되고, 물건이 다른 물건의 소비를 유발하는 연쇄 작용(예. 새 집을 샀으니, 집에 맞는 가전제품을 새로 사야 한다)을 야기하기도 한다.
TV를 잘 보지 않는다고 해도, 소비를 자극하는 요소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산재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라는 매체는 이러한 구매욕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자극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인 건 부정할 수 없다.
물건에 치여서 살고 싶지 않다면, 당장 집안에 있는 TV를 치워라. 아니면 보는 시간이라도 줄여라. 개인의 관심을 물질이 아닌 본인 내면으로 돌리고 싶다면, 당장 그렇게 하라. 그리고, 내 생각에 미니멀리스트의 시작은 "TV와의 거리두기"부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