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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열 Apr 16. 2021

서평 "엘리트 세습"(다니엘 마코비츠 저)

- 능력주의는 과연 공정한가


2주 전부터 읽던 다니엘 마코비츠의 "엘리트 세습"을 완독 했다.


이 책은 "능력주의가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대답을 저자의 나름의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내놓고 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전혀 공정하지 않다"라고 이 책을 통해 말한다.


개인의 능력을 통해 부와 권력을 얻는다는 건 얼핏 보면 공정한 것 같아 보이며, 세습 사회의 부조리를 기저에서부터 파괴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능력도 엄연히 세습의 결과라는 점을 지적한다.


능력주의 도입을 통해 생성된 미국의 엘리트 계층은 자신들의 노하우를 자신들의 자녀에게 높은 비용이 필요한 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전수하기 시작하였으며, 단순히 이는 전문지식에 국한되지 않고, 정서적 측면(절제력, 자신감 등)에서도 중산층의 자녀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이 책은 지적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과정을 거쳐 생성된 엘리트 계층은 자신들이 가진 인적 자본을 통해서 소득을 올려야 하기에, 과도한 노동 시간을 강요받는다. 이를 대를 이어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교육비가 필요하기에, 자기 착취라고 볼 수도 있는 수준의 노동을 지속해야 한다.


기술발전과 자본의 집중은 중산층의 일자리인 중간 관리자 및 중간 숙련직 일자리를 점차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다. 소수의 고숙련 근로자가 일하기 편하도록 생산설비에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간 숙련직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산층은 사회적/경제적으로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다.


저자는 능력주의가 중산층 이하의 계층에게는 그들이 가지고 가야 할 경제적/사회적 지분을 축소시킴과 동시에, 소수 엘리트 계층에게는 무한 경쟁의 틀로 몰아넣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당연히, 이러한 사회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저자는 거의 모든 논지와 사례를 "미국 사회"에서 가져와 쓰고 있다. 미국보다 더 능력주의가 공고해지고 있는 사회가 한국이 아닐까? 인적자원만으로 현재의 자리에 온 게 한국이고, 현정권에서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더 강화가 되지 않았는가. 향후, 인적자원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있어서, 구성원 개개인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강력한 무기가 될지, 저주가 담긴 상자일까?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생각이 계속 맴돈다. "지금처럼 능력주의가 쓰인다면, 현시점이 한국의 유일한 전성기"일지도 모른다.


PS)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ongyol.park/)에도 게재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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