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검사, 판사로 대표되는 법조인들이 자신 커리어의 최종 단계로 생각하는 것이 정치인이며, 실제로 법조인 출신의 정치인 비중이 한국에서도 높은 상황이며, 이는 한국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정치인이 되는 것에 있어서 교육이나 직업출신에 제약이 있는 건 아니지만, 법을 만들고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법조인들이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것도 사실이다.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까지는 법조인이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 크게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법조인이 "기존의 원리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온 사람이라면, 국회 진출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한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법조인으로 채워지는 건 개인적으로 달갑지는 않다. 법조인의 직업적 특성상,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적합한 법률을 제정"하는데는 장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자신의 철학을 투영하여 법을 제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미래에는 현재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할지 모르고, 예기치 못한 기술발전도 언제든지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질 수 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팬데믹과 알파고로 촉발된 인공지능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인 문재인을 보자. 인권변호사가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어떠한 자신만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인권변호사로 활동해 온 기간 동안 구축한 자신만의 철학일까? 그게 아니라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합해서 판단하는 영민함일까?
이러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은 올곧은 철학이나 정해진 법률이 절대로 될 수가 없다. 효율적인 미래를 구축해 가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깨야할 필요도 있으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현 대통령은 일생을 인권변호사로서 독재와 대척점에서 타협없이 살아와야 했다. 인간 문재인으로서의 철학은 매우 강고하고, 그 철학이 우리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그의 철학은 좋은 측면이 있지만, 거기에 갇혀 있기도 하다. 조국에 대한 그의 태도, 이현미, 유은혜 장관에 대한 지나친 믿음은 그가 자신의 구축한 철학에 갇혀 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솔직히 말해서, 이재명, 윤석열, 최재형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큰 기대가 되진 않는다. 이들 모두 소신이 장점 중 하나로 꼽히지만, 소신은 잘못하면 아집으로 변질되기 쉬우며, 특히 가진 권력이 클수록 그러한 경향은 강해진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국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만큼의 뱃심과 역량, 사고의 유연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지금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게 대한민국의 수준을 대변하고 있는 한 단면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