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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열 Sep 22. 2021

엔씨소프트의 주가 하락에 대한 겜덕의 소회

한국의 대표적인 게임 업체 3N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의 주가 급락은 게이머들 뿐 아니라, 주식투자자의 많은 관심을 받은 이슈이기도 하다. 나도 소위 말하는 겜덕 중 하나이며, 대학원 시절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 WOW)의 공격대의 오피서로 활동했을 정도로 게임에 투자한 시간이 많았던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은 좀 줄었기는 하지만, 게임은 여전히 나의 취미 중 하나)


한국의 겜덕이라면 엔씨소프트의 게임 한 번 정도는 다들 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난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으며, 지금같은 기조로 엔씨소프트가 게임을 개발한다고 하면, 평생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단, 길드워 시리즈라면 예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길드워 시리즈를 한국에서 정식 발매하지 않았다.) 난 왜 엔씨소프트 게임을 한 차례도 해 보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에 현재 엔씨소프트의 주가급락에 대한 내 의견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의 성공신화의 시작점은 1998년 공개된 "리니지"라는 PC기반 MMORPG로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PC방 문화를 이끈 게임이기도 하다. 초기 리니지는 월정액 과금제를 채택하고 있었고, 레벨업을 하는데 엄청난 시간을 요구하고, 장비의 강화를 위해 게임내에서 구할 수 있는 많은 재료가 필요했었다. 소위 말해, 캐릭터 성장을 위해 엄청난 수준의 노가다가 필요했고, 이는 내가 이 게임을 해 보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엔씨소프트가 후속작으로 내 놓은 아이온이나 블레이드 앤 소울 같은 게임은 전작에 비해 노가다성이 상대적으로 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미 유사한 장르인 WOW에 정착해 있었기 때문에 즐길 여력도 없었다.


월정액 기반의 BM(비지니스 모델)은 해외 시장 확장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기업 매출 확대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 리니지류 게임은 한국과 일부 동아시아권을 제외하면 사실상 해외시장 개척에 실패하였고, 블레이드 앤 소울과 같이 고유의 게임성을 인정받은 게임들도 초기의 참신성과 게임 내의 캐릭터 밸런싱 유지를 위해서는 월정액 이외의 다른 것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엔씨소프트가 선택한 것은 캐릭터의 능력치 향상(spec-up)을 위한 캐쉬아이템을 판매하게 된다. 즉, 현실의 돈이 많으면 게임내에서도 강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리니지 같은 일부 게임에서는 이러한 BM의 전환이 기업 매출의 측면에서는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게임 내의 가상공간에서까지 "현실의 돈"에 의해 캐릭터의 우월이 결정되는 것을 매우 싫어하며, 나와 유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은 게이머 중에서도 제법 있으며, 북미와 유럽유저들은 이러한 비율이 매우 높다. 엔씨소프트 게임은 그 이후에는 사실상 처다보지도 않는 게임이 되었다.


엔씨소프트가 모바일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이러한 BM의 활용은 더욱 노골화되며, 매출의 측면에서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대성공을 가져온다. 이 시점에서 엔씨소프트의 경영진은 자사의 개발중인 모든 게임에 이 BM을 넣기 적합하도록 개발 방향을 지시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 동안 엔씨소프트에 엄청난 과금을 해 주던 유저(수억이상 과금을 해 주던)들이 자가복제를 반복하는 엔씨소프트에 질려서 다른 게임으로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외연 확장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나 같은 유저들이 엔씨소프트 게임을 할까? 나 같은 성향의 유저가 많은 북미나 유럽으로 해외시장 개척이 가능할까? 2021년에 출시된 트릭스터m이나 블레이드 앤 소울 2를 봐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김택진 대표는 9/17에 자사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사의 성공방식에 대해서 냉정한 재점검을 갖겠다고 밝혔다(https://www.fnnews.com/news/202109202247125417). 리니지 출시하고, 본인이 직접 게임CD를 들고다니면서, PC방 업주들에게 자사 게임을 홍보하던 시절의 마인드로 게임개발과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는 보이긴 하지만, 당장에 급격한 변화는 이루기 어려워 보인다. 요새 게임성이 높은 AAA급 게임 하나 개발하기 위해서는 4-5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현재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임에 대한 내부 변화를 이루기에는 게임의 기본 뼈대가 스펙업을 위한 과도한 과금이 필요한 BM을 구현하기 적합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게임성으로 승부보는 AAA급 게임 개발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실질적인 변화가 표면적으로 보이는 시기는 최소 4-5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다른 3N인 넥슨과 넷마블보다 더 암담해 보이는 점은 게임개발에 대해서 사실상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넥슨은 상업적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고 있고, 넷마블은 "제2의 나라"나 "마블 퓨처 레볼루션"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과금유도도 상대적으로 많이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내부 인력구성이나 시설, 관리노하우는 게임업체 중에는 최상급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독한 과금 BM기반의 게임만 자기복제적으로 개발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내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다. 기존에 엔씨소프트가 해 왔던 것을 아는 게이머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쉽게 거두기 어려울 것이며, 나도 그러한 사람 중에 하나이다. "젤다의 전설"급 패키지 게임을 들고 나오면 이러한 시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엔씨소프트로는 이러한 대반전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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