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미자, 하나씩 내려놓으며 산다 산문집중 2013년
가슴이 아파
눈이 젖네요
동구 밖
묵은 팽나무 가지마다
울엄니 노을 진 시선이 걸려있어요
종가시집살이 견딜만 하더냐며 쓰다듬는
울엄니 가시손길
꼭 잘 살아야 한다고
꼭 기다려 달라고
나는 밥그릇으로 받아온 눈총을 숨겨야 했지요
자석에서 대못을 떼어내듯 떨어져 나왔지요
그리고 팽나무 하늘에 안부만 물었어요
팽 잎이 날아와 달려갔을 땐
이미 흰 수의를 입고 누워 있는 울엄니
가슴을 폭폭 파고 묻었어요
명절이나 생신 땐
온종일 팽나무에 걸려 있는 울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