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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마리 Dec 06. 2021

맥도널드의 위로

I'm lovin' it, McDonald's

이건 단순히 한 브랜드에 관한 연서도 아니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를 커밍아웃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도 힘들었다.

요새 무슨 이렇게 생각할 일이 많은지.

날씨가 추워지면 그리고 생일이 가까워오면 드는 싱숭생숭한 기분.

유치원 때나 초등학교 때는 분명 생일이 빨리 오길 바라고 빨리 나이 먹길 바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목숨줄이 유한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순간부터 생일이 오는 건 조금의 책임감과 나를 돌아보는 시간, 그로 인한 조금의 압박감이 들게 된 것이다.


대학교 때 바쁘다는 핑계로 한 달 정도 라면만 먹다가 '이러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건강에 이상신호를 느끼고 나서부터, 패스트푸드는 최대한 안 먹으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당길 때가 있다.

교보문고 맞은 편의 맥도널드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며 한 시간 가량 내 집중력을 움켜쥐고 책을 읽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어제 새벽에 본 축구 경기 탓에 잠도 모자란 상태였고, 배는 배대로 고팠고, 머리도 지끈지끈했다.


'오늘이야.'


나의 원픽인 맥도널드 감자튀김과 커피, 그리고 몇 가지 메뉴를 더 시키고 야식이라는 이름의 테이블 앞에 앉아 우걱우걱 시킨 메뉴들을 먹다 문득 이 글을 적고 싶어졌다.




내가 맥도널드를 정기적으로 먹기 시작한 건 회사에 다니면서부터였다.

패스트푸드는 최대한 먹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회사에 출퇴근해야 하는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 신입사원이 된 이상, 맥도널드는 작은 나만의 안식처였다.

특히, 맥모닝 세트의 수혜를 많이 봤는데, 아침 출근길에 시간은 없지만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이니 머리를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 뭐라도 먹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회사 건물에서 5분 정도 거리의 맥도널드에서 맥모닝 세트를 먹는 30분 정도의 시간은 내 위를 채워주고 내 뇌에 기름칠을 해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야근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 24시간 하는 역 앞의 맥도널드에서 사 먹는 감자튀김은 나의 작은 스트레스 해소제였다. 


맥도널드의 혜택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보게 된 것은 해외여행을 하게 되면서부터였다.

맥도널드는 정말 대형 글로벌 프랜차이즈이다. 전 세계 어딜 가든 맥도널드를 찾아보지 못하는 곳이 없다.

돈에 쫓기며 여행을 할 때는 맥도널드는 나의 지갑을 소중하게 지켜주는 존재였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급하게 무언가라도 먹어야 하는데 여기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뭐가 맛있는지도 모르겠고, 시간은 늦었고 혹은 너무 이르고, 그런 곤란한 상황에서 늘 나의 구세주는 맥도널드였다.

어딜 가든 24시간, 비슷한 메뉴와 맛으로, 적당한 가격으로 나의 배와 불안을 채워주는 곳.

그리고 가끔은 화장실도 해결해주는 곳.

집 밖을 나오면 화장실 찾기도 힘들고 화장실을 돈 주고 사용해야 하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특히 고마운 존재였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널드에 손꼽힌다는 포르투갈 포르투의 맥도널드. 맥도널드를 먹으러 오는 사람 절반, 구경하러 오는 사람 절반이다 
각 나라 별로 명소에 위치한 맥도널드를 찾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의 올드타운에는 옛 성문인 비루 게이트를 바라보며 맥도널드를 먹을 수 있다
벨기에 헨트에 위치한 맥도널드. 운하를 바라보며 맥도널드를 먹을 수 있고, 이 날은 벨기에에서만 파는 마에스트로 버거 메뉴를 시켰다


오늘 문득 나머지 감자튀김과 카페라떼를 맥도널드에 앉아 먹어치우는 순간, 그런 일들이 생각났다.

나에게 위로가 되고 가끔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는 곳. 위안을 받고 나갈 수 있는 곳. 힘들고 곤란하고 피곤한 일들을 털어내고 나갈 수 있는 곳. 그런 일들을 씻겨 내려가게 만들어주는 곳.




누구에게나 그런 공간이 있을 것이다. 하나일 수도 있고 여러 군데 많이 있을 수도 있고.

나에게 그런 공간 중 하나인 맥도널드가 전 세계 어디든 24시간 내내 즐길 수 있다는 건 좀 괜찮은 일인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좀 힘든 날이면 맥도널드의 감자튀김을 찾고, 오늘 좀 힘내야지 싶으면 맥모닝 세트를 찾고, 해외여행을 하다 먹을 것에 곤란하면 습관처럼 맥도널드를 찾는다.


고마워요, 맥도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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