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놀라운 발명품인 이유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강의를 들을 때, 처음에는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무슨 얘기를 전달하고 싶은지 모르겠고, 이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겠다가
10분 이상 멍 때리고 듣거나 보거나 하다 보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재미있어지는 영화나 게임이나 강의.
이 책이 딱 나에게는 그런 경험이었다.
이 책은 서론과 결론을 포함해 총 2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리아드, 단테의 신곡, 셰익스피어 등의 다소 생소한 고전 문학을 소개하는 초반의 10장 정도까지는 도대체 이 책이 무엇을 말하기 위해 쓰였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다가, 절반을 넘어선 14장부터는 이 책이 재미있기 시작해 끝까지 술술 읽히게 되었다.
이 책은 문학 작품에 녹아져 있는 무수히 많은 인생의 철학과 지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맨 처음에는 '그게 어때서?'라는 심정이었다. 사람이 사는 이야기를 허구적으로 만들어 적은 이야기가 문학작품이니 당연한 것 아닌가 싶었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문학작품 속에 녹아있는 사람의 사는 이야기가 어떠한 인생을 통찰하는 철학과 지혜를 담고 있는지, 이 책의 저자는 신경과학적 접근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이 책은 영화 평론서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25장에 걸쳐 각각 다른 문학작품을 몇 개를 한 챕터를 통해 전달해 결국 이 문학작품들이 우리에게 어떠한 철학과 지혜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과학적으로 해설해주기 때문에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문학작품을 직접 읽지 않더라도 읽은 느낌이 들고, 또는 직접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챕터는 다음과 같다.
제2장. 로맨스의 불을 다시 지펴라
제12장.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라
제13장. 온갖 미스터리를 해결하라
제14장.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라
제16장. 머리를 맑게 하라
제17장. 마음의 평화를 찾아라
제21장. 더 현명하게 결정하라
제22장. 자신을 믿어라
제25장. 외로움을 달래라
제2장에서는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자기 공개를 상대방과 계속 주고받으며, 도파민의 준비와 방출의 호혜적 순환을 계속하는 것이 사랑의 신경과학이라는 것을 사포의 '서정시'와 동주의 '송가'에서 발견한다.
제12장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무서운 이야기의 허구적 위협이 우리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제13장에서는 프랜시스 베이컨과 에드거 앨런 포의 추리 탐정 소설을 통해 우리가 삶의 수수께끼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주고, 제17장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그녀의 소설을 통해 마음 챙김이 어떻게 문학작품에 녹아들어 있는지 설명하고 의식의 강둑에 서서 우리의 정신적 파도가 흐르는 모습을 지켜봄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찾는 지혜를 알려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신경과학 그리고 삶의 모든 지혜와 감정에 통달하지 않았을 작가들이 어쩜 이렇게 본인의 삶과 문학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삶의 철학과 지혜를 전달할 수 있었는지 신기하기만 하고, 그것을 모두 수집해 이 책을 엮은 앵거스 플레처가 대단해 보인다.
나는 머릿속이 복잡할 때마다 문학작품, 특히 소설을 읽는 걸 즐겨하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문학작품 속에는 내가 갈구하는 인생의 철학이나 지혜가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어, 소설을 읽을 때 내가 그 소설의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해 자연스럽게 그 철학과 지혜를 주인공과 함께 터득해나가는 과정을 겪을 수 있다.
이건 자기 계발서를 읽을 때 저자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삶의 방법이나 지혜를 서술해 놓아 그 방법을 받아들이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마치, 소설의 주인공과 함께 나는 온갖 경험을 소설 속에서 겪으며 인생의 철학과 지혜를 체득한 것과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문학작품을 더 이상 간과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자기 계발서나 전공서적을 읽으면 무엇인가 더 생산적이고 똑똑해 보인다는 생각 그리고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에겐 많은 지식을 얻고 똑똑한 것보다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지혜롭게 삶을 헤쳐나가는가가 삶의 큰 방향성을 결정할 때가 많다.
그래서 그러한 인생의 철학과 지혜를 문학작품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의 저자는 문학작품을 'Wonderworks(놀랄만한 것, 경이로운 일)'라고 했다.
더 이상 문학작품을 간과하지 말고, 사랑하자. 문학작품 속에 우리가 얻고자 하는 삶의 철학과 지혜가 녹아져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