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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마리 Jan 29. 2023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나는 학창시절 '버즈(Buzz)'를 참 좋아했다.

중고등학교 때가 늘 그렇듯 질풍노도의 시기이기에, 락 음악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저 푸른바다 끝까지 말을 달리면

소금같은 별이 떠있고 사막엔 낙타만이 가는 길

무수한 사랑 길이 되어 열어줄거야

낡은 하모니카 손에 익은 기타

Your melody (나는 떠날래)

어린왕자 Your melody 찾아 떠날래

Far away U're my sunshine We were together

나는 사랑보다 좋은 추억 알게 될거야

텀블러 한잔에 널 털어 넘기고

이제 나를 좀 더 사랑할거야


지금 다시 보니 실연의 아픔을 담은 노래인 것 같은데, 학생 때 나는 이런 가사들에 꽃혔다.

'저 푸른바다 끝까지 말을 달리면', '사막엔 낙타만이 가는 길', '나는 떠날래.', '나는 사랑보다 좋은 추억 알게 될거야.', '이제 나를 좀 더 사랑할거야.'


그리고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다니기 시작한 여행이 벌써 10년차가 되었다.

29개의 나라, 97개의 도시.

나는 떠났고, 푸른바다 끝까지 말을 타고 달려보지는 못했지만 유럽의 끝이라고 불리는 곳에도 가봤고, 사막에서 낙타도 보았고, 사랑보다 좋은 추억도 그리고 나를 좀 더 사랑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최근 읽은 책 중에 니체의 말들을 모아 놓은 '곁에 두고 읽는 니체'라는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과 만났다.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청소해야 할 정신의 찌꺼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세상을 ‘이런 것이다’하고 단정하며 체념해버리는 태도다.

두 번째는 두려움이다. 위험을 받아들일 결심 없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살아가면, 작은 도랑도차 뛰어넘지 못하게 된다.


이 니체의 말과 만나는 순간, 나는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니체가 말하는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청소해야 할 정신의 찌꺼기를 가장 잘 청소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일상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되면, 세상을 단정하며 체념해버리는 태도는 가질 수 없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것을 분명히 만나게 된다. 세상은 넓고 나는 작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여행을 하면서 두려움에 부딪히는 순간은 참 많다. 

최근에 다녀 온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새벽 6시에 깜깜한 숲 속을 혼자 걸을 때. 

어두운 곳, 숲 속, 혼자라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리며 해가 뜰 때까지 등에 식은 땀을 흘리며 한 시간 정도를 걸었던 일.

엉거주춤할 새도 없이, 걸을 수 밖에 없었고,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지나고 보면, 두려움은 순간의 감정이었다.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와야 했기에, 도랑을 건너야 했다.


그렇게 정신의 찌꺼기를 청소하다보면, 때묻지 않은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이에 학력에 직장에 돈에, 그리고 그것을 바라는 사회와 인간관계에서 잠시 떨어져 지내다 보면, 체념해버린 나와 두렵게 느껴지는 세상에서 잠시 멀어져보면, 마음 속에 웅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그렇게 여행을 떠나면서 조금씩 나를 찾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도 몰랐던 나를.


버즈에서 시작해 니체로 끝난 오늘의 글.

나는 여전히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늘 생각하고 찾는다.

여행과 관련된 글귀를 볼 때마다 늘 가슴 설렌다.

그 끝에는 늘 내가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음 여행은 어디로 떠날지, 다음 여행에서는 어떤 나를 만날 수 있을지, 그리고 정신의 찌꺼기를 청소하는 날을 기대하며 지낸다.


최근, 나의 정신의 찌꺼기를 청소해 주었던 산티아고 순례길. 그 종착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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