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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쌤 Mar 13. 2020

코로나-19와 우리네 삶

평범한 일상의 위대함

  학교에 있다보면 정말 다이나믹한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담임 경력이 많다고 해도 다음해 학급 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라 판단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매 해 만나는 아이들이 다르고, 그 성향도 다르고, 그 학부모님도 다르다보니 일반화된 법칙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매순간이 새롭게 배우는 기회인 셈입니다. 물론 부정적으로 보면, 매순간이 힘든 것이지요. 교사가 사회에서 지탄받는 직업이 되어버린 현실에-그것이 참 씁쓸하지만- 이렇게 표현하면 안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것이 정말 사실입니다.


  인생 자체가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마주하는 것의 연속이란 것을 알면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일은 두렵게만 다가옵니다. 그러고보니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되는 양상도 기실 예상치 못했네요. 2020년을 시작하는 때만 하더라도 묘하게 겹치는 숫자의 반복이 예뻐보였고 그 모양새 탓에 2월 2일에는 특별한 일을 해야 하나 싶기도 했었습니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라는 말에 두려움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사실(事實)들이 나열된 인터넷을 보고 있으면 두려움에 숨이 막힐 때가 많습니다. 갑자기 우리나라에 확진자 수가 급증할 때가 그랬고, 개학 연기 기사를 접할 때도 그랬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이야기가 기사로 올라올 때마다 얼굴을 모르는 분들이었지만 가슴이 아팠습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나이가 들수록 가슴 한켠을 강하게 움켜잡는 까닭입니다.


  그렇게 두렵기만 하던 찰나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단합된 모습을 보며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은퇴 후 여유 있는 삶을 사셔도 누가 뭐라할 수 없는 은백발의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꾸역꾸역 모아온 마스크를 자기보다 힘들게 일상을 사시는 분들에게 나누고, 손님의 수가 점차 줄어들어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시는 자영업자 분들이 봉사자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배달합니다. 인터넷과 거리가 먼 자영업자 분들을 돕자며 웹상에서는 사업장 주소와 전화번호가 오고 갑니다. 식자재를 팔아주자고... 고사리 손의 아이는 엘리베이터에 손세정제를 둡니다. 서로가 안전하게 살자고 말입니다.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우리나라는 참 신기한 일들이 많습니다. 민초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을 때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정확히는 민초들의 움직임이 갖는 성격과 방향성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세상을 변화시켜야 할 때면 꼭 민초들이 단합하여 움직입니다. 독립운동이 그랬고, 의병 활동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 나라 지키겠다는 선조들의 마음결은 그대로 민족성으로 남은 모양입니다. 김수영 시인의 <풀>이 생각납니다. 비를 몰고 온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습니다. 그럼에도, 날이 흐려 더 울다가 누운 풀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먼저 웃습니다. 수업 시간에 할 이야기가 더 생겼네요. 민주화 운동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되는 또다른 사례가 지금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 즈음,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정말 어렵다." 취업의 압박에서 깨달은 삶의 명제였지요. 바쁜 일상에 잠시 잊고 살았던 명제인데 우리가 직면한 이 상황이 다시 일깨워줍니다. 평범하게 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마스크 없이 한강변을 걷는 일도, 마음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음식점에서 매운 냄새에 재채기하는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일도, 동료와 친구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그리고 아이들과 수업 시간에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마저도 사실은 이뤄지기 어려웠던 소중한 순간들이었네요. 평범했던 소중함이 얼마나 위대한 순간의 연속이었는지 절절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최근 몇 년이 개인적인 판단에는 역사적인 기록의 가치를 지닌 사실(史實)들의 연속이라 먼 훗날 오늘을 어떻게 기록하게 될지 많이 궁금합니다. 먼 미래까지 갈 필요도 없네요. 평범한 삶을 하루빨리 되찾고 싶습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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