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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과 Apr 30. 2019

달 사장은 세 살

커피 볶는 남자, 커피 내리는 여자

달 사장은 올해 세 살이에요. 이번 9월 19일 두 돌이 되지요. 사장으로서 서기가 익숙해져서 요즘 제법 잘 뛰어다니기도 해요. 아직 낯가림이 있어 머신 뒤로 숨는 경우도 있지만, 너무 무섭거나  까다롭지 않고 인상이 편안해 보이는 손님이라면 덧니가 보일지라도 활짝 웃어 보이지요. 아직은 어설픈 사장이지요.


그래도 요즘 달 사장은 "드립 폭발기"를  지나 드립 유창성 시기를 맞이하고  있어요. 워낙 창업 전부터 드립 옹알이에 능했던 달 사장은 드립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답니다. 매일 아침마다 핸드밀로 원두를 갈아 칼리타 드리퍼로 커피를 내렸었거든요. 그랬던 달 사장은 카페를 창업하자마자 로스터리 카페에 어울리게 드립 전문점으로 이름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요. 그래서 시골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드립 커피를 즐기려는 손님으로 북적이고 있어요.


달 사장은 손님들에게 원두와 드립 하는 법에 대해 설명을 잘해주지요. 드립 스테이션에서 드립 커피를 내릴 때 원두 분쇄도나 물의 온도, 또 추출 시간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손님의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지요. 그리곤 손님에게 이렇게 얘기한답니다.


"별다방에는 바리스타와 소통하면서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데 우리 동네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시스템  갖춘 카페가 바로 우리 카페입니다. "


하며  어깨를 으쓱합니다


달 사장의 드립 솜씨가 일품인 것은 아마  로스터리와 많은 대화를 나누기 때문일 거라는데요, 생두를 구매할 때부터 로스팅하는 과정을 함께 하지요. 커피 맛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생두, 로스팅, 드립 모두 다 중요하니까요.


달 사장은 손님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도 손님의 취향에 맞게 고노. 하리오. 칼리타 등 다양한 드리퍼로 현란한 손동작으로 커피를 내려요. 똑같은 동작을 여러 번 해야 하는 일에 싫증이 나지 않냐는 손님의 짓궂은 질문에 "항상 새로운 경험인걸요" 하며 웃지요.


내년이면 달 사장은 미운 네 살이 되겠지요. 전에 없이 카페 안에서 갇혀 지내는 일이 지루해 딴생각을 하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카페가 정착기에 접어들어 조금은 여유시간이 있을 수 있으니  그건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럼에도  달 사장에게 슬럼프 비슷한 무언가가 온다면 커피에 대한 무한 애정으로 잘 극복해내리라 믿어요. 커피 장인 달 사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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