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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과 May 05. 2019

나는 달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7시 30분에 카페를 오픈했어요. 오픈하자마자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준비를 해요. 에스프레소가 잘 내려지는지 내려 봅니다. 적절한 추출 시간과 추출 양을 테스트는 꼭 해야 하지요. 맛이 미세하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됐나를 점검해요. 서비스 테이블에 물과 컵을 준비하고 혹시 정돈 안된 곳이 있나 살펴봅니다.  이렇게 준비를 하다 보면 곧 손님들이 모닝커피를 찾아 방문해주신답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1년 열두 달 따뜻한 라테를 마시는 라테 아저씨, 또 마찬가지로 1년 열두 달 아이스 아메리카로 사이즈업을 주문하시는 안경 총각-기혼자일지도 모르지만, 마다가스카르 바닐라빈으로 만든 카페 바닐라 라떼를 마시는 새댁, 그리고  하남에서  여기 광주까지 출근하는  신혼부부는 레몬주스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오늘은 새 아파트에 이사를 오신  러키 할머니까지 아이스 카페라테를 마시러 오셨어요. 그리고 원두를 사러 오신 앞 건물 약사님까지 9시에 다녀가고 난 지금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이에요. 카페 안에는 녹색 봉사를 마치고 온 학부모들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평온하고 따뜻한 아침 풍경이에요.



동네 사람들은 아침 일찍 카페를 오픈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카페 문을 열고 있는 우리 부부를 성실하다고 한 마디씩 해요. 남편은  저와 함께 이 7시 30분에 카페로 출근을 해요. 그리고 카페 오픈 준비도 함께 해주지요. 그리고 테라스에 앉아서 아침 햇살을 맞으며 모닝커피를 한잔하고 8시 40분에 출근을 한답니다. 집과 카페, 회사가 모두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에 있어 아침 시간을 여유롭게 활용하고 있지요. 출근 전인 남편과 1시간가량 카페에 함께 있어요. 커피를 함께 내리기도 하고, 모닝커피를 함께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합니다. 우리 부부의 이야기 주제는  고3 딸 이야기와  카페 운영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죠. 카페 운영에 대한 대화는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로스팅을 위한 기술적인 이야기와 맛 좋은 커피를 위해 생두 구매에 관한 이야기, 메뉴 개발 등등. 요즘 바로 옆 신축건물에 경쟁사가 들어온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자영업이라는  것이  매출이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끊임없이 자기 진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변화하지 않는 것은 도태되는 것과 같으니까요. 이렇게 우리 부부가 열심히 카페를 오픈하고 연구하는 모습을 아는 단골손님들과 지인들은 그 모습이 보기 좋다고 흐뭇해하시고 칭찬을 해줘요.


하지만 칭찬은 칭찬일 뿐이지요. 우리 부부는 지금 누가 뭐래도 열심히 달릴 수밖에 없어요. 달리고  있는 기차와 같아요.  달려야 하는가 달리지 말아야 하는가는  출발하기  전에 하는 고민이요. 아파트를 담보를 대출을 받아 카페를 오픈한 우리는 이미 달리기로 결정했으니까요. 우리는 이미 달리기 시작했고  때문에 계속 달려야 해요. 드라마 미생에 한 대사예요.

 "돌을 잃어도 바둑은 계속된다"  

그래요. 때로  돌을 잃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돌을 잃는다 해도  우리 부부는 바둑을 두고 있고 그 바둑은 계속될 거예요. 그것이 지금 우리 부부 앞에 놓인 현실이에요.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계속 달릴 수 있는 동력은 남편과 함께 커피를 볶고 내리는 제 일을, 제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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