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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과 May 23. 2019

가끔은 지금처럼 즐겨요

가끔은 지금처럼 즐겨요.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카페 여주인처럼요. 분위기 있는 음악을 깔아놓고 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려 "음, 이 향 너무 좋다~"하면서 한 모금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거지요. 지금은 며칠 전 꽂힌 과테말라 가수 리카르도 아르호나의  'Solo Queria un Cafe'(단지 커피를 원했을 뿐인데)를 반복 듣기 하며 다크 초콜릿 향이 그윽한 과테말라 메디나 안티구아를 마시고 있죠. 아침 일찍 모닝커피 드시러 오신 남자 손님(느낌 있는)에게도 에스프레소 잔에 조금 나눠 드렸죠. 구스타프 크림트의 '키스'라는 그림이 프린트된  에스프레소 잔에 드렸는데 잔이 예뻐서인지 커피도 더 맛있다고 약간은 격앙된 목소리로 칭찬을 해주시네요. 별거 아니라는 투로 쏘쿨하게 반응하며 블루투스 키보드를 경쾌하게 두드립니다. 카페 여주인이니까요.

                  


과테말라 메디나 안티구아를 품은 구스타프 크림트의 '키스" 에스프레소 잔


가끔 손님들이 이렇게 말하죠.

나도 이런 카페나 했으면 좋겠어요. 호호. 얼마나 좋아요.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좋아하는 커피 마시니까요.


네, 좋아요. 지금은 좋은 시간을 갖고 있어요.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시간들은 특별히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갖기 어려워요. 작은 카페라 함께 일하는 바리스타 없이 혼자서 일을 하는데 카페는 집안 살림 못지않게 해야 하는 일은 은근히 많아요. 여기저기 쓸고 닦고 정리를 해도 크게 표가 나지 않지만 잠시만 이런 일을 게을리하면 표가 많이 나지요. 쇼윈도의 먼지며 손자국을 닦아 내고요, 선반의 먼지를 떨어내야 해요. 건강한 먹거리에 많은 비중을 두는 저는 쿠키나, 파운드 케이크, 초고 브라우니 등을 직접 구워요. 제가 이렇게 부지런을 떠는 것은 원두가 신선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지요. 자몽주스나 레몬주스의 베이스도 직접 만들고요, 바닐라 시럽도 바닐라빈을 직구하여 직접 만들지요. 뿐만 아니라 더치커피도 수시로 내려서 최대한 신선한 커피를 드실 수 있게 신경 쓰고 있지요. 이런 노력들을 알고 계셔서인지 저희 커피에서는 "신선한 맛'이 난다고 해요.

무엇보다도 더 철저하게 청소하고 관리해야 하는 에스프레소 머신도 있어요. 커피맛에 영향을 주니 조금도 게을리해서는 안돼요. 행주도 매일 삶아 청결을 유지해야 하고요. 그래서 마감을 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려요.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가요. 멋진 카페를 운영하면서 우아하게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려면 엄청 바지런을 떨어야 할 수 있어요. 마치 물속에서 쉬지 않고 자맥질을 하는 백조처럼요. 호수에 떠있는 백조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그 와중에 그래도 가끔은 저는 누려봅니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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