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고통을 쉽게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의 부재를 그리워하는 마음
세줄 짜리 전봇대줄에 걸친
구름은 빨랫줄에 널어진 옷감같이
넓게 펼쳐져 있다.
선선한 바람에 나부끼는 모양새로
천천히 부드럽게 펄럭인다.
일상을 이야기하는 낯 모르는 사람들은
오늘도 역시나 평온한 저녁을 맞이한다.
아직은 춥지 않은데도
시린 마음을 가져다주는 날씨의 마음씨,
여물어가는 가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넓은 이 공간을 물들이고
하루가 가는 만큼 내 세상도 저물어간다.
슬픈 소식과 소멸에 대한 생각은
사실을 부정할 힘도 없이
매정하고 서러운 세상을 이내 받아들인다.
바뀌지 못하는 몸부림의 아픔이
힘없이 변모하는 슬픔을 보는
고통보다는 덜 할지도 모른다.
무엇이 옳은지 답을 정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아직은 다행이고 지금의 기쁨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위로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직은 작은 숨결과 물결에도
감사하고 기뻐한다는 것
누군가의 고통을 쉽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과
누군가의 부재를 그리워하고 깨닫는 마음,
소중한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며
작은 소망이 여전히 내 마음속에 빛나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일상의 행복에 감사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오늘의 구름은 여러 종류의 모양을 띄고 있다.
갖가지 모양이 뒤섞여있는 드높고 순한 가을 하늘.
그 와중에 홀로 동떨어진 외톨이 같은
작은 구름은 다른 하얀 구름 무리와는 달리
유독 진한 잿빛을 띄며 떠돌다가 어딘가로 흩어져버렸다.
구름의 양이 너무 많아서 공간이 부족하면
홀연히 튀는 존재도 생기나 보다.
하긴 이 넓은 하늘에 한 가지 혹은 비슷한
구름만 있는 것도 너무 단조로운 생각이기는 하다.
그 구름은 이내 사라졌을까?
어딘가로 흘러갔을까?
우리가 겪는 매일매일의 행복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는 듯해도 삶 곳곳으로 흘러가다가
더욱 확장되기도 한다.
그 구름이 사라졌든, 어디로 흘러갔든
그때 그 순간의 구름은 나에게
정말 찬란하고 소중한 존재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