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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철의 추억

by 부소유

평일에 이틀 연속으로 서울에 올라가 지옥철을 경험했다.


특히 9호선 고속터미널 역에서 신논현역으로 가는 경로는 지하철 칸에 이렇게 사람이 들어차도 될까 싶은 정도로 사람으로 지하철의 모든 칸이 사람으로 빽빽했다. 잊고 있던 공황장애에 다시 걸릴 지경이다.


지하철은 봉은사 역에 다다라서야 조금 여유가 생겼다. 지난 10년 이상 잊고 살다가 제대로 경험했다.


10대 후반에서 20대의 대부분의 시간들, 수험생 시절, 대학생 시절, 취업 준비생 시절을 지옥철을 경험하며 살았다.


20년 전 1호선 신도림역이 최악이었다.


“내릴게요!”


“비켜요 좀!”


“아.. 나 밀지 마요!”


역시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 제대로 된 지옥철이다. 지하철을 타봤다고 말하려거든 출퇴근 시간의 9호선을 타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밀려서 내 몸 하나를 간수하기 힘들다.


사람들의 표정 또한 좋지 않다. 얼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모두들 저마저 무의식 중에 스마트폰을 겨우 한 손으로 들고 의식 없는 눈초리로 무의미한 화면을 넘기고 있다. 난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고 그들을 관찰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지금 지방에서 자동차로 10분 만에 출근하는 일은 내가 누리는 행복이었다.


출퇴근을 왕복 20분 만에 끝내고 남는 시간에 읽고 쓰기를 알차게 즐기는 난 행복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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