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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금

by 부소유

시대가 변하면서 요즘 복지가 좋은 회사에는 놀금(노는 금요일)이 있다.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겠지만 우선은 주 4일 제의 서막으로 보인다.

놀토라는 단어를 사용하다가 주 5일 제가 된 것이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주 4일 제라니 시대가 정말 풍요로워 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대신 휴일을 그냥 주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40시간을 채워야 한다면 금요일에 쉬기 위해서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0시간을 미리 채워야 금요일에 놀 수 있다.

채워야 할 시간 관리를 좀 더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 채우는 기간은 최소 2주에서 4주까지 묶을 수 있다.

4주로 묶으면 하루에 30분 정도씩 야근을 하면 한 달 안에 8시간은 금방 채우게 된다.


회사는 교묘하게 야근 비용으로 나가는 인건비를 아낄 수 있었고,

언론에 보여주기식 주 4일제를 발표할 수 있었고,

직원들은 주 4일 제의 복지를 누리고 있다.


제도를 시행한 초기에는 대부분 직원들이 놀금에 뭐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특히 아이들 유치원, 학교를 보내고 아내가 맞벌이인 경우에는 평일 금요일에 온전하게 혼자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평소 할 것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이 출근을 하지 않으면 할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취미가 없는 사람들,

회사와 집만 왕복으로 반복하던 사람들이다.

노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

어떻게 보면 안쓰러운 일이다.


그러던 사람들이 이제는 하나둘씩 산책을 해보거나,

혼자 극장을 가거나,

카페를 가고,

그저 늦잠 자고,

뒹굴뒹굴하고,

그동안 못 본 드라마, 영화도 몰아본다.

2년 차인 지금은 저마다 할 일을 찾았다.


난?

당연하겠지만

책을 읽는다.

이제는 글도 쓴다.


읽고 쓰는 사람에게 놀금은 더없이 귀중한 날이다.

작가에겐 하루하루가 중요한 날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더 귀한 읽고 쓰기 몰입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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