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
금요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작은 강연장에서 한비야 작가의 신간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 출간 기념 북토크가 열렸다. 그녀 입장에서는 10년 만에 열린 독자와의 만남이라며 감회가 새롭다고 한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그녀의 책을 읽으며 자랐다.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은 청년의 나에게 세계를 향한 동경과 모험에 대한 열망을 심어준 책이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흘렀고, 그녀도 나도 세월의 무게를 짊어진 채 다시 만났다. 그럼에도 60대 후반에 접어든 그녀는 여전히 현장을 누비며 구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묵직한 감동이 밀려왔다.
북토크는 그녀 특유의 에너지로 가득했다. 무대에 오른 그녀는 10년 만에 독자들을 직접 만난다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대면 행사를 하게 되었다며, 눈앞에 있는 독자들의 얼굴을 보니 감격스럽다고 했다. 그녀는 먼저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알렸다. 63세에 국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60세에 결혼을 했으며, 그 상대는 25년 전 아프가니스탄 현장에서 만났던 상사였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안전 규칙을 어긴 그녀에게 호통을 쳤던 그 사람과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다소 사적인 영역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 제목에 얽힌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성경 전도서 3장의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구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도 좋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좋다는 메시지는, 노년기에 접어든 그녀가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녀는 책 제목을 정할 때도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묻는다고 했다. 신앙인으로서의 그녀의 모습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책을 낼 때마다 기도로 결정하고, 글이 막힐 때도 기도한다는 그녀의 방식은 그녀만의 독특한 창작 과정이었다.
그녀의 삶을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세계지도, 산, 일기장이었다. 특히 세계지도에 얽힌 어린 시절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기자였던 아버지가 집안 곳곳에 세계지도를 붙여놓았고, 어머니는 세계지도가 그려진 생활용품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식탁보, 샤워 커튼, 티셔츠까지 모두 세계지도였다. 밥을 먹으면서도 나라 이름을 대야 했고, 샤워를 하면서도 지도를 보았다. 그렇게 자란 그녀에게 세계는 결코 넓지 않았다. 10살 때 이미 세계일주를 꿈꾸게 된 배경이었다. 부모의 교육 방식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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