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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의 자리 4

by 부소유

은총이의 시간은 이미 기울고 있었다. 다시 걷게 된 이후로도 은총이는 조금씩,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조금씩 줄어들었다. 사료를 남기기 시작했다. 밥그릇 앞에 앉아 냄새만 맡다가 돌아섰다. 물도 잘 마시지 않았다. 혀가 수면에 닿았다 떨어졌다 하는 것이 마치 의무적으로 하는 행위처럼 보였다.


배변이 문제가 된 것은 그 무렵이었다. 은총이는 원래 배변패드를 잘 찾아가는 아이였다. 현관 옆에 깔아놓은 패드 위에 정확히 앉아 볼일을 보고 나면 거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패드를 찾지 못했다. 거실 한가운데, 소파 앞, 텔레비전 옆, 식탁 의자 다리 밑. 하루에 서너 번씩 아무 데나 실수를 했다.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걷다가 흘리는 것이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은총이는 자신이 실수한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 바로 옆에 소변 자국이 있는데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엎드려 있었다.


최 여사가 한숨을 쉬었다.


- 어머니 대소변 십 년 치우고 나니까, 이제 개새끼 대소변을 치우고 앉아있네.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십 년간 모셨다. 치매가 온 시어머니의 기저귀를 갈고, 시트를 빨고, 방 냄새를 환기시키고. 그 십 년이 끝나고 비로소 허리를 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개의 오줌을 닦고 있었다. 최 여사의 한숨에는 그 십 년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 저걸 갖다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최 여사는 그렇게 말하며 또 닦았다. 락스를 물에 타서 걸레를 적시고, 실수한 자리를 문지르고, 다시 맑은 물로 헹구고. 밤에 일어나 거실 불을 켜면 여기저기 노란 얼룩이 보였다. 최 여사는 투덜거리면서도 은총이의 엉덩이를 물티슈로 닦아주었다. 은총이가 물 묻은 것이 싫다는 듯 몸을 비틀면 - 가만히 있어, 이놈아. 하며 잡아두었다. 그 목소리에는 짜증과 다정함이 구분되지 않는 채로 섞여 있었다. 오래된 부부가 서로에게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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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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